지금, 여기 존재합니다
바람이 오래 앓던 계절
오늘은 잠시 숨을 멈춥니다
햇살이 이마를 쓰다듬듯 내려앉고
그 아래,
말 대신 온기가 먼저 도착합니다
추위는 떠날 때
몸보다 마음을 먼저 눌러보는 법
우리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부터
조금씩 따뜻해지는 존재입니다
새싹이 피는 이유를
누구는 땅의 부름이라 하고
누구는 기다림이라 하죠
하지만 나는
피어나지 못한 것들에 먼저 마음이 갑니다
속이 먼저 녹은 것들,
소리 없는 자람을 택한 것들 말이에요
아팠다는 말을
몇 계절씩 미뤄두고
그래도 아침마다 일어나는 사람에게
꽃은 단지 계절이 아닌
오래 참은 마음의 표정이 됩니다
성숙이란,
멀리 보는 눈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이 버겁다면
먼 데서 오는 해답보다
작은 웃음을 한 줌 받아들이는 것도
충분히 괜찮은 선택입니다
가장 가벼운 것이
가장 오래 남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우리는 늘 어디론가 가는 중이지만
진짜 살아 있는 순간은
지금, 여기,
말 없이 머무는 이 자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