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화

유년, 그 기억 속의 어머니

by 소향

바람에 쓸려온 하루가 터진 대바구니에 걸린다.
틈마다 새겨놓은 기억 속에는

햇살이 부러져 있다
여름의 발목을 붙잡은 채

그 틈을 비집고 피어나는 건 금은화,
하품처럼 무심히 피어나지만
그 향은 언젠가의 밥냄새를 닮았다
누군가의 굶주림을 기억하는 꽃들은
빛 앞에서도 얼굴을 숙인다

꽃은 처음엔 창백했다가, 곧 햇살을 닮아 가지만
그건 시간 탓이 아니다
딸려간 고단한 새벽들의 무게가
잎맥 속에 피어난 결과다

그러니, 이 계절이 도착할 때면
꽃잎 하나의 무게에도
시장의 저울은 수평을 무너트렸고,
그 작은 기울임 속에
누군가는 생을 포개어 놓는다

어머니, 그 무쇠보다 무거운 이름 속에는
수분을 잃어버린 채 탈색되었던 땀의 흔적들,
갈라진 손등 위에 달린 시간의 잔돌기들
그 아래로, 자식의 입김이 살포시
응고되어 있었다

세탁되지 못한 웃음,
한 철이 지나고야 말라붙은 눈물,
그 모든 것이 꽃잎의 테두리를 따라 말려간다.
그리고 남은 건,
온기 한 방울로 데운 물 한 잔

그 물속엔
고통의 뿌리를 삶아 해독으로 바꾸는
오래된 지혜가 녹아 있다

꽃은 지고 나서야
자신이 꽃이었다는 걸 안다
그 진실 앞에,
우리는 늘 한 발 늦게 도착했다




*. 이전에 썼던 시詩를 재 해석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고쳐 다시 쓰고 있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의 값진 시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써 보고자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자란 기분입니다.

아마도 제 능력의 그릇이 작아서일 테지요.

부족하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내 놓은 이 글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 누리는 시간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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