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수
하늘이 내려와 가만히 눕는다
게으른 수영으로
시간을 붙잡는 구름들
장난기 묻은 바람이
더위를 부채질하는 오후
사내아해,
홀연히 나타나
수면 위에 성근
시침질을 놓는다
일면식도 없던 바늘과
넘실대는 옷감의 첫 만남은
덜컥거리는 재봉틀처럼
서툴고 격렬하다
납작한 바늘,
단 한 번의 궤적을 엿보며
주저 없이 나아간다
그 손 안의 물수제비는
신중한 되새김으로 바투 쥐어
세상을 한 땀 한 땀
시침질한다
비록 들쭉날쭉,
그러나 바늘은
세상을 향해 달릴 것이다
물보라,
강한 저항에 흠뻑 젖기도 하고
구름을 타고 올라
세상을 굽어볼지도 모른다
시침은 길이 되고
너른 옷감은
기꺼이 그 길을 내어줄 것이다
아해는,
오늘을 물 위에 띄워
조용히 수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