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놓듯 하루를 산다는 것

어쩌다 생각

by 소향

내가 살아온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었다.
부딪히지 않으려 돌아가도, 상처는 어느새 마음 깊숙이 스며 차 오르고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상처를 감추는 데 익숙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웃고 있지만 피곤하고, 말하고 있지만 외롭고, 서 있는 것 같지만 흔들리는 날들이 반복이다.

그런 날들 속에서 나는 문득, 하루를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가끔 생각한다.
무언가 이루어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쌓아야만 제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질문들이 늘 내 마음을 더 시끄럽게 할 뿐이었다.

어느 날, 아주 조용한 날이었다.
창밖에 바람도 멈춘 어느 저녁,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마당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오늘도 나는, 하루를 수놓듯 살았구나.’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매일 내 하루를 꿰매고 있었다.
엉킨 실을 풀어가며, 삐뚤어진 선을 다듬으며, 때로는 눈물 섞인 매듭을 묶으며.
수놓는다는 건 완벽함이 아니라, 정성이다.
정성과 진심은, 결과보다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생각을 했다.

화를 꾹 삼킨 자리, 답답함이 죽부인처럼 안겨 잠든 밤, 모른 척 지나친 상처 앞에서 입술을 깨물던 순간들.
그건 모두 내가 살아낸 하루의 무수한 실밥들이었다.

나는 화려한 자수를 만들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누더기가 되지 않게, 적어도 내 마음만은 너덜너덜해지지 않도록 하루를 꿰매고, 또 꿰매어 본다.

자수는 시간이 색을 입혀 묵묵히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완성본은 마음의 몫인 것이다.
서툴러도 좋다.
가끔은 매듭이 밖으로 드러나도 괜찮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놓아가는 마음이다.

오늘도 나는,
거친 세상을 조용히 지나며 하루를 수놓는다.
삶이 너무 시끄러워질 때면, 바로 그 조용한 바느질의 리듬이 내 마음을 다시 이어주길 바라며.

그러니 괜찮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누가 칭찬해주지 않아도.
나는 오늘 하루, 충분히 잘 살아냈다.

한 땀, 한 땀.
조용히, 진심으로 내 마음을 수놓았으니까.

마당에 핀 장미조차 거친 세상을 꽃잎에 수 놓고 있다. 사진 @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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