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생각
처음엔 몰랐다.
아픈 게 방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사람은 누구나 멈추고 싶을 만큼 아픈 순간이 있다.
누가 건드리지 않아도 쑤시고, 시간이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 날들이 있다.
나는 그 시기를 견뎠다기보다는, 그냥 흘러갔다.
물속에 잠긴 돌처럼,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오래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상처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안고 가느냐에 따라 삶의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애써 웃던 날들조차 사실은 내가 나를 지키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나는 무너진 게 아니라 조용히 다시 쌓아 올리고 있었다.
상처는 나를 망가뜨린 게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데려왔다.
그 길은 느렸고, 어두웠고, 때로 외로웠지만 그래서 나는, 더 깊어진다.
지금 나는 누군가의 슬픔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
그 사람의 말보다 말하지 못한 침묵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상처는 흔적이 아니라 내가 더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지나온 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자리를 조용히 쓰다듬는다.
아직 아프니 살아 있음을 느끼고, 아팠으니 사랑할 수 있다고.
아픔은 아물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꽃을 심으며 내 삶의 방향을 완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