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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Sep 22. 2022

오늘도 강변을 달려봅니다.

바람이 시원해서 강변으로 나서봅니다.

아직 잠들지 못한 햇살이 그려놓은 구름 색이 좋아서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 봅니다.

후미진 풀숲에서 들려오는 가을 노래가 신이 나서 덩달아 발가락이 꼼지락 거립니다.

찰랑거리는 윤슬이 간지러워 나도 몰래 발바닥을 굴러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호흡이 나 죽겠다고 가슴을 두드려댑니다.

심장이 타고 있는지 압축된 증기 소리 연신 콧구멍에 기적을 울려댑니다.

땀이 등줄기에서 미끄럼을 타고 신나게 내 달리고 있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감정은 이미 가출을 했고, 간신히 매달린 이성만 하늘 거리고 있습니다.


더는 가지 말라고 바람이 달려들어 막아섭니다.

붉던 노을은 어느새 발바닥 뜨겁게 자리 잡았나 봅니다.

신경이 마비되었는지 다리가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합니다.

하늘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쓰러지지는 않았나 봅니다.

여전히 풀과 나무와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면 말입니다.


하얗게 불태운 여기는 땅거미 드리워진 저녁 강변입니다.



7월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남들보다 좀 늦게 걸렸다고 자기 합리화를 했습니다.


증상이 나타나던 첫날은 토요일이라 병원도 보건소도 모두 진료가 없어 생으로 앓아야 했습니다.

조금 심한 근육통과 발열 그리고 점점 부풀어 오르는 편도선으로 침을 삼키기 힘들었습니다.

일요일 오전 보건소 진료 후 월요일 아침 확진 판정서를 가지고 병원에서 처방약을 받아먹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상태가 너무 빨리 호전되었습니다.

남들 다 경험했다는 후각과 미각의 상실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쾌재를 부르며 너무 쉽게 코로나를 이겼나 싶었습니다.

자가격리가 해제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코로나 확진 이후 일상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격리로 인해 미뤄놓았던 일들을 다 마무리하고 그동안 미뤄놓았던 운동을 다시 시작해봅니다.

운동은 주로 이전과 같이 강변을 달리곤 합니다.

코로나 확진 후 처음 운동을 하는데 호흡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운동을 쉬어 그러려니 생각을 했고, 그렇게 며칠 꾸준히 운동을 해 봤습니다.

그런 후에야 코로나로 심폐기능이 약해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에는 10Km를 뛰어도 할만하다 생각했는데 3Km가 벅차게 느껴집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5km 이상을 뛰다 보면 다시 이전처럼 좋아질 거라 최면을 걸어봅니다.

어느새 열흘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몸이 스스로 느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건강도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는 지인분과 대화 중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건강 수명은 75세 이전이고 10년 정도는 의학 수명이다.'

운동을 하면서 그 말이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의학 수명도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강변을 달려 봅니다.

아직은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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