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에 빗방울

by 소향

빛보다 빠른 속도로
한 방울씩 사라지는 네가
차창 너머로 나를 응시한다

달리는 풍경은
태어나기도 전에 소멸의 절차를 밟고
이름이 생산되는 속도보다 빨리
우리는 만남보다 먼저 이별을 선고받는다

빗방울은
자신을 소비하며
투명한 궤도를 지우고 있다
떨리는 유리 위,
촉각조차 부서지는 궤적엔
인연도, 운명도, 존재도 없다

한 방울이 창에 부딪힌다
소리 없이, 하지만 확실하게
그것이 너였다면
단 한 번 고개라도 돌렸을까

비는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이미 젖어 있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촉촉한 사라짐 속에 잠겨 있었다

살아 있다는 건
죽음을 더듬어가는 감각의 의식
하루씩 부재하는 나를
매일 살아내는 일

떨어지는 건
행위인가, 의미인가
혹은 이름 없는 무게인가

우리는 모두
닿기도 전에 사라지는 존재
단 한 번, 너의 존재를 통해
나를 바라볼 수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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