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문을 열고 돌아갔다

by 소향

돌은 물을 비워내지 않았다.
누군가 다녀간 자리를
비는 지우지 않고 되새기듯 남겨두었다

돌과 돌 사이
세월이 자란다는 건
누군가 오래 머물렀다는 뜻이다
삶은 흔히 그런 곳에 뿌리를 내린다
딱딱한 기억의 틈
말라붙은 이름의 자국

문은 열려 있다
닫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기다린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길은 언젠가 젖는다
누군가의 발자국
지워지지 않은 안부
비는 그 모든 것을
한 장의 거울처럼 돌 위에 펼쳐 놓는다

나는 문 앞에서 멈춘다
들어가지 않아도
이미 다녀온 것처럼
내 안에 그 풍경이 젖어오고 있다

아침 8시, 장마 속에 머물고 싶은 마음에 카페를 찾는다.

비에 젖은 디딤석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물이 고여있는 돌과 이미 비워낸 돌들,

그 틈을 비집고 오랜 시간 머물며 견디어 온 잔디가 평화롭다.


저 멀리 보이는 문,

문이 있으나 문이 없고, 문이 없으나 이미 문이 있음과 같이,

사람마다 다른 과거를 불러내고, 다른 멈춤의 이유를 상기시켜 본다.

-장마가 부른 아침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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