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이 계절을 비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무언가를 적셔야만
무너질 수 있는 마음이 있다
무너진 다음에야
비로소 입을 여는 말도 있다
젖은 흙을 밟다 보면
신발보다 먼저 젖는 것이 있다
잊었다고 믿었던
누군가의 안부.
사람은
기억을 말릴 줄은 알아도
그늘에서 마른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나는
한 번도 끝난 적 없는
이별을 껴안고,
이 계절의 침묵 속에서
다시 네 이름을,
조용히, 지운다.
지운다는 건
완전히 없애는 일이 아니라
다시 쓰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