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면서
마음에는 누구나 고향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 고향이 장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메마른 세상에서 전쟁을 치르듯 살아가는 삶에 지쳐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만 바라보며 숨 가쁜 세상을 달리다 넘어졌을 때, 세상의 냉철함에 상처 받아 고통스러울 때, 고향은 누구에게나 아늑함과 평온한 향수를 불러옵니다. 설사 추억이 아픈 상처일 지라도 지나고 난 후에 돌아보는 추억에는 가슴 시린 아련함이 묻어날 것입니다.
마음의 고향, 그곳에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세대로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슴에 담고 있는 고향의 향수를 함께 공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환경에서 생활하지 못했듯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는 이런 모든 환경의 다름을 어울러 하나로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슴속에 담겨있던 감성을 꺼내 봅니다. 산골 소년의 순박함,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던 유년의 삶이, 냉정한 현실에서 고군분투했던 찢어진 상처와 더불어 양분으로 자라나 시가 되고 글이 되었습니다. 이런 저의 글이 여러분의 호흡으로 생명을 얻어 살아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밤을 지나 새롭게 밝아 오는 아침 햇살이 작은 창문으로 문안하듯이, 제 마음을 담은 작은 글귀 하나가 오롯이 당신의 마음에 문안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마음은 늘 청춘이듯이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은 감성을 불러주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소중하게 글자들을 불러 봅니다.
힘겹던 여름이 가을을 이만큼 데려다 놓고 떠났습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귀뚜라미는 소리 높여 환영의 연주를 시작합니다. 나도 슬며시 노래에 귀 기울여 리듬을 따라가 봅니다. 마음이 여물어 갑니다. 알알이 박힌 이삭들과 빨간 속살을 드러내는 석류의 농익은 유혹이 싫지 않는 계절입니다. 영글어가는 가을만큼 나의 글도 속이 꽉 차 익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용한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