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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Sep 12. 2020

하늘 그림자 덮이는 시간의 사색

일상을 이야기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붉은 물감 쏟아놓고 부끄러워 서산으로 숨어든다.  어스름 짙어질 무렵이면 가로등 불 하나둘 빛을 모아 어둠을 밀어내며 어둠을 거부한다. 어둠은 그 빛이 대수인 양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머물러 있다.


바람이 분다.

어둠이 내리는 저녁 마당 한 귀퉁이 벤치에 앉아 바람을 느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면 나무가 흔들리고, 가지가 손을 흔들면 잎새는 어느새 춤을 춘다. 한낮의 햇살 따가움에 시원한 바람이려니 생각하지만, 몸에 부딪히는 바람은 옷깃을 여미는 아직은 찬바람인 듯하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도 여전히 멈추지 않는 바람을 보며 지난봄 800ha를 태우던 산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날 밤 지나는 길에서 바라본 산불은 거대한 화마 그 자체였다. 타오르는 모습만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자연의 힘 앞에 여전히 우리는 힘없는 작은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밤이었다.


내 기억에 올해 5월은 바람이 유난히도 많이 불었다.


하늘을 바라본다.

환하던 하늘은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저 멀리 별빛이 마중을 나온다.

박보검이 불렀던 '별 보러 가자' 노래가 생각난다.


찬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은
밤하늘이 반짝이더라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네 생각이 문득 나더라

어디야 지금 뭐 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서 나오면 돼

너무 멀리 가지 않을게
그렇지만 네 손을 꼭 잡을래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나와 같이 가줄래

어릴 적에는 어둠이 내리면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선명하게 빛났다.

더운 여름날 밤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수많은 별들 사이로 긴 꼬리 늘이며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었고, 별자리 찾아가며 은하수 흐르듯 옛이야기 두런두런 나누고, 별빛만으로도 숨바꼭질을 할 수 있었던 어릴 적 밤하늘은 맑고 밝았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하늘은 사람들이 밝히는 불빛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배출한 오염물질로 인하여 어둡고 침침한 답답한 하늘이다. 하늘을 바라보아도 별 보기가 모래밭에 바늘 찾기처럼 눈에 힘을 주고 한참을 찾아야 보이곤 할 때가 많다.


그래도 어쩌다 청명한 하늘이 열리면 그나마 별들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늘 맑은 좋은 날

친구야 우리 별 보러 가자.

전에 했던 그 약속 아직 지키지 못했는데

더 늦기 전에 별 보러 가자 친구야~!!!



사용된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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