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의 방식

by 소향

식은 체온이 찻잔에게 선고를 종용했다
먼저 식은 쪽이
마지막 문장을 접었다

말은 말의 자리를 잃고
빈 의자 하나가 방을 울렸다

창밖으로 흐르던 바람은
커튼보다 먼저 돌아섰고
꽃병 속 장미는
한 송이씩 고개를 꺾었다

이별은 언제나 사물이 먼저 안다
젖은 우산, 식은 국물,
반쯤 덮인 책갈피

잡지 않은 손보다
잡지 못한 시선이 먼저 떠났다

체온은 머물렀지만
확인하는 손길이 사라졌다

그래서
사랑은 끝났다는 말보다
더 조용한 방식으로 마감된다

고요가 방 안에 남아
아무도 닿지 않는 온도를 견디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식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