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혀끝에 남은 잉크 한 방울
배신은 혀끝에 간을 본다
책장을 넘기다
숨죽인 문장 하나가
떫은 감처럼 혓바닥으로 가뭄을 밀고온다
침묵에 눌린 펜 끝은
무른 고구마처럼 휘어지고
젖은 종이의 섬유를
이로 찢듯 씹는다
여백마다 빠진 접속사들이
기억의 구멍을 메우려다
매운맛처럼 들러붙고
지워진 구절의 비린내가
목울대에 가라앉는다
거리엔 문장들이 흩날린다
스모그처럼 번진 수식어가
미완의 문장을 감싸며 부유한다
그러다,
글감의 체온이 차가워진다
숨조차 낯설어지는 그때
가볍게 핥은 단맛은
혀 밑 어딘가에 뿌리내린 독이었다
우리는 어쩌다 종이에 입을 맞추고
사랑처럼 문장을 삼킨다
그러다 어느 날
미각이 사라지고
의미가 남는다
그때,
한 줄의 글이 손을 뻗어
목을 감싼다
가장 은밀한 배신은
읽고도 남는 것이 아니라
쓴 것을 후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