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변천사
비 젖은 껍질 틈마다
벌레가 지나간 선이 어둠처럼 얽히고
속살은 멍이 들어
굳은 심지를 안으로 파먹었다
사철의 손등에 얻어맞아
갈라진 결마다 조각난 말들이 들러붙고
물들지 못한 나이테 끝에
미소가 공방을 덧대며 시집을 갔다
붓처럼 흐른 먼지가
마른 살결을 따라 문질러지고
꿰맨 옹이 하나,
거울보다 깊은 투명함이 스며든다
칼날은 눌린 자리를 짚어가고
손맛은 잠시 놓였던 체온처럼 남는다
베이지 않음으로 건넨 시간의 무게가
식탁 위에 조용히 차려진다
♤ 도마를 만드는 취미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썼던 글을 다시 퇴고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