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by 소향

천장이
벼락으로 갈라진 크랙처럼 벌어진다

하늘이 무너진 게 아니고
방 안의 무게중심이 흔들려
시간의 기둥이 휘청인다

꽃병 속 물은 분수처럼 역류하고
전선은 끊어진 심장줄기처럼 경련한다
숟가락은 무중력 속에서 뒤틀린 금속 별이 된다

소리는 아직 도달하지 않고
진동은 유리창을 타고 달려와
사물의 이름을
파편처럼 떼어내 지워버린다

식탁은 무너진 성벽이고
창문은 닫힌 미로의 문이며
접시는 균열 가득한 고막,
마지막 숨을 참는 유리판이 되었다

천둥은
기억이 지금
영사기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속도다

말해지지 못한 말들이
벽 속 깊은 굴곡을 타고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음영이다

멀티탭 불빛은 깜빡이는 별똥별이고
문틈에 쌓인 먼지는
폭풍 전야의 눈보라가 되어 솟구친다

아무도 듣지 못한 소리는
시간의 균열에 박힌 고대의 암호이며

그 진동 속에서
세계는
끊임없이
부서지고
재조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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