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by 소향

갈증 난 장마가 물을 찾아 떠난 칠월

폭염은 재난 문자를 타고 속보로 흘러들었다


홀쭉해진 구름이

동쪽의 안부를 느리게 지나칠 때

건조는 서쪽부터

나뭇잎을 구기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집 나간 것들이 귀가를 완성하는 시간

모기의 배고픔에 부풀린 앵두가 가려워 올 때

멀리, 유년의 평상이 모깃불을 데리고 온다


기억 속으론 이따금씩 낡은 먼지가 날아들었고

옥수수 껍질은 말아 올린 허기를 울컥 쏟아냈다

그럴 때마다 나도 간헐적으로

눈에서 하얀 알갱이들이 출렁거렸다


불청객처럼 뛰어들었던 가장의 부재와

어머니 새벽을 깨우던 자명종의 날품들

그쪽 벽에는 늘 선잠이 기대어 졸고 있었다


지금은, 오차도 없이 번식한 주름과

부주의한 기억이 채워놓은 습관들

그리고

이제는 퇴적된 먼지들의 몫으로 남겨진

추억의 목록들


칠월은

아릿하게 물러난 세간들의 사연과

늙어가는 보잘것없는 슬픔이 만들어 놓은

욱신거림


장롱 속 깊이 숨겨놓은

한 장 남았던 파스가 못내 아쉽기만 한

밤하늘 저쪽만큼 텅 빈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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