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처음엔 쓴맛이 싫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입이 먼저 그 맛을 찾더라고요
습관이란 게 무섭죠
쓰디쓴 커피도 거부감이 사라졌어요
그게 익숙함의 시작이었을까요
커피 한 잔을 주문해요
낯익은 숫자들이 몽글몽글 올라와요
햇살이 컵에 물감을 풀어요
무지개가 번지듯 스며들죠
목마른 여유가 음악을 마셔요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해본 적은 없지만
낯설지 않은 이 순간이
조금은 나를 이해하게 했어요
발가락이 꼼지락거려요
박자가 간지럽혔나 봐요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할 수 있나 봐요
어쩌면 이것도 습관이 될까요?
좋아하지는 않아요
거부하지 않으면 스며들 뿐이죠
나쁘지는 않아요
살면서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필요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좋아했던 게 별로 없었나 봐요
세상을 건성으로 건너왔는지도 모르겠네요
딱히 빠진 적이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아무거나 좋아하진 않아요
그저
손이 먼저 가는 것들이 생겼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