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파리, 웃음 새어나오는 11시간
나는 정말 내가 무섭구,, 싫다...
글 올리자구 결심하고 만 24시간도 안되어서 너무 귀찮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이런 작심삼일의 마음을 다시 다잡을 기운이 있다는 것이 연말연시의 몇 안되는 장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불안한 여행기 기록 일단 START
몇 시 비행기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파리에 오후 6시쯤 도착했었다는 건 기억이 나는데. 이리저리 비행시간이랑 시차를 따져보려 했는데 사진에 보딩 시작 시간이 12:00 라구 적혀있었네. 적절한 시간에 공항에 잘 도착해서 미리 환전신청해둔 유로 찾고. 면세품 찾고, 비행기 타기 전에 뭘 먹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앞으로 기억 안난다는 말을 너무 많이하게 될까봐 약간 두려워졌다.
아 본격적인 시작 전에 '여자 혼자 유럽여행 (50일)' 에 총 경비는 얼마나 들었나 이런 것도 간단히는 얘기하고 넘어가는게 좋을 것 같다. 여행을 위해 약 8개월 동안 대한XX협회에서 (대한도 싫고 XX도 싫고 협회도 싫었는데) 에서 열심히 불만 가득한 전화를 응대하면서 700만원 정도를 저축했다. 출발은 9월 중순이었는데 비행기는 6개월 전쯤 사는게 제일 싸다고 해서 3월쯤 결제를 했고, 왜 50일로 일정을 짰더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한 달 이상은 가고 싶고' + '걍 이 날짜 저 날짜 넣어보다가 왜인지 모르게 싸게 나온 날짜' 라는 이유였던 것 같다.
50일의 일정동안 사용하게 될 예산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저축한 돈을 딱 탕진할 정도로 맞춰 쓰는 방식이었다. 저축한 700만원에는 왕복 비행기에 7개국 건너다니는 교통비, 시내교통비, 숙박비, 식비, 각종 입장료, 기념품, 그 와중에 선물 등등이 포함사항이었기 때문에.. 생활하기 꽤 빡셌다. 돈 얘기는 계속해서 나올 것 같으니 일단 이 쯤에서 1차로 끝. 공항에서 환전한 돈은 170만원이었다. 유로로 바꾸니까 1300유로 정도 나왔었나.. 손에 쥔 돈이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시작부터 약간 쪼그라들었다.
면세품 인도장으로 가는 길에 큰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져 있었고, 누군가가 듣기 편한 재즈를 연주했다. 나는 지금 대리석 바닥을 걷고 있고... 캐리어 바퀴는 내 손놀림에 맞춰 사악사악 막힘없이 굴러가고, 옆에선 (나한테 있어서는) 하이퀄리티의 상징 재즈피아노가 들려오니 환전 이후에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금새 다시 대책없이 부풀었다.
면세품- 특별하게 산 건 없었고, 출발 전까지 열심히 모은 어플 적립금으로 토너, 수분크림, 클렌징폼 같은 기초 화장품들을 샀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매번 떨어지면 올리브영 가서 할인율 제일 높은 걸루 사는 사람이기때문에.. 어플에서도 '할인율 높은 순' 필터 적용 때려서 원래도 싼 것들 더 싸게 준비해갔다. 캐리어가 작아서 (나는 내 캐리어가 24인치인줄 알고 살았는데 여행 돌아와서 이년 뒤에 친구들이랑 제주도 가다가 내 캐리어가 기내반입도 가능한 20인치 였다는 걸 알았다. 그때의 얼떨떨함란..) 한국음식을 하나도 못 싸가서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아 컵라면 살까말까살까말까살까말까살까말까 하다가 결국
'☆여기가 마지막 휴게소. 앞으로 10km 휴게소없음☆'
와 같은 기분을 주는 출국게이트 바로 옆 상점에서 작은 컵 6개들이 패키지를 구입했다. 이 패키지는 앞으로 2주동안 나를 괴롭히게 되는데... (괜히 과장하기) To be contined.
아니 아직 비행기도 안 탔는데 말을 이렇게 많이 했다니
아무튼 어찌저찌 해서
타자마자 우선 렌즈부터 뺐다. 불편하니까. 설레는 표정은 공항에서 다 담았으니 괜찮아..
여행가기 전에 라식수슬을 하고 가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두 하지 못했다. 무사히 이륙하고 얼마 안 돼서 웰컴드링크를 주시길래 또 나만의 하이 퀄리티 라이프의 상징.. Tea.. 마셨다.
아이 러브 기내식.. 원래 닭고기 먹을 때 뻑살은 줘도 안 먹는 편이라 닭가슴살을 왜 시켰는지 모르겠다. 짐작하건데 아마 다른 음식이 그냥 평범한 한식이어서 그랬을 것 같다.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유우럽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한식을 또 먹을 수야 없지~! 엣헴~! 하는 마음에서 였겠지.. 근데 너무너무 맛있었다.
한 차례의 기내식 타임 후 감성타임. 대략적인 큼직한 계획도 되짚어보고, 지금 순간의 기분들을 적고 그랬던 것 같다.
땅이 붉은 색이라 약간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붉은 땅은 나에게 미국..? 아프리카? 같은 이미지여서
열 한시간에 걸친 비행이 끝나고, 드디어 유럽땅 밟았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 기분 째짐
새어나오는 웃음 억누르고 있는
진실의 광대
수화물을 찾고, 블로그에서 미리 예습해둔 대로 공항 버스터미널로 가서 파리 시내로 가는 버스 편도 티켓을 구매. 조금 헤매다가 어떤 외국인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고, 버스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몇몇 사람들이 티켓을 구매하는 걸 도와줬다. 티켓에 선명히 적힌 Voyageur- 여행자. 여행자다 나!
15분정도 기다리니 내가 타야할 4번 버스가 왔다.
네 맞아요 제가 바로 PARIS 로 DIRECT로 가는 사람이니까 태워주세요
버스에 내려서 첫 숙소까지 거의 40분인가를 걸어갔다. 표 사는것도 아직 준비가 안됐고 일단은 구글맵 믿고 무작정 걷기로.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파리의 공기를 느끼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지도 한번, 길 한번, 캐리어와 함꼐 위태롭게 달랑거리는 컵라면에 한번. 눈길을 나누어 둬가며 부산스럽게 걷다가 갑자기 에펠탑을 맞닥뜨렸다. 아 이런 상태로 맞이하고 싶진 않았는데.
발견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던 - 그렇게 기다리던 에펠탑.
(어떻게 마무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