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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Dec 25. 2018

파리에서 부친 편지

몽마르뜨 언덕, 샌맥, 물랑루즈, 샹젤리제 거리


비행기에서 내려서 40분쯤 걸어서 Carbonne 역 주변에 있는 한인민박 숙소에 도착했다. 50일간의 일정 중 첫 번째 도시에서만 한인민박에 묵기로 했는데, 그래도 혼자 온 첫 유럽이니까 숙소에서나마 한국인을 만나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아침 저녁 한식도 챙겨주시고 하니 매번 묵으면 좋겠지만.. 비싸비싸


꿀맛 같았던 보쌈정식


 숙소에 짐을 풀고 유럽거리에 적응도 할 겸 밤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숙소에 가니 저녁상이 차려져 있어서 쭈뼛쭈뼛 나도 합류.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 친구끼리 왔다고 해서 약간 부러워졌다. 혼자서 앞으로 50일간 과연 재밌게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카메라랑 휴대폰만 챙겨들고 밖으로! 딱히 어디 스팟을 알아본 것은 아니고 구글지도에 tour eiffel 검색하고 무작정 도보 고고







원래도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서울을 떠나서인지, 아니면 그냥 내 생활터를 벗어나서인지, 똑같이 걷는 행위일 뿐인데도 엄청난 해방감이 느껴졌다. 9월의 날씨도 한 몫 한 것 같다. 우리나라 방학 시즌에는 아무래도 성수기라 사람도 많고 이것 저것 비싸대서 9월 말에 출발했는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펠탑 주변에는 에펠탑 열쇠고리를 파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 중에서도 열쇠고리나 팔찌를 강매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늘 경계해야한다고 했다. 살짝 긴장되긴 했지만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에펠탑은 한시간마다 한번, 5분씩 예쁘게 반짝반짝 거리니까, 정신차리지 않으면 '반짝거리는 거 한번만 더 보고 가자' 라는 유혹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첫 날이다 보니 나도 사진찍고 친구들이랑 영상통화하고 하다가 열두시 쯤 집으로 돌아갔던 것 같다. 걸어가는 길에는 쪽꿈 무서웠따..






집에 들어가기 전, 내일을 위해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미리 버스노선도를 찍어두었다.






여행 둘째 날 아침 (2016.09.22)


늦잠도 없이, 깨끗이 씻고 머리도 땋고 신났음




 숙소 앞 지하철역 매표소에서 75분 짜리 교통권 10개 들이(=까르네)를 구매했다. 한번 탈 때 2유로 조금 더 했던 것 같다. 오늘은 하루종일 걸어다닐 거라 쓸 일은 없을 것 같긴 했지만 OUT 도시도 파리인 만큼 어쨌든 조금이라도 할인 받아 사는게 나을 것 같아서 한번에 구입. (1700유로가 전재산이었는데 저거 구매하는데 한 30유로 써버리니까 어차피 써야하는 돈임에도 왠지 막 아깝고 아아)





버스 탔는데 또 이렇게 바로 에펠탑이 보여버려

어제 파리에 도착해서 정신없는 채로 해질녘 에펠탑 한 번 보고, 밤에펠보고. 세번째 대면이었는데

이때 감상으로는 밤에펠 보다는 낮에펠이 더 예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종일 버스만 타도 좋겠다는 생각. 원래도 버스 타는걸 되게 좋아하는데(시간이 2배 가까이 더 걸리더라도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선호하는 편) 큼직큼직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아직도 조금 어색하지만 예쁘긴 예뻐 그지잉





예쁜 사랑 하세요- 나도 저런 모습이고 싶어




선글라스도 써본다.. 더럽게 안어울린다 진짜로 




건물 외벽도 간판도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양식이 많아서 두리번두리번 대며 구경했다. 조금 촌스러워 보여도 어쩔 수 없어 구경하러 여행 온건데 쿨해보이기가 다 무슨 소용이야 사진도 마구 마구 찍어



'사랑한다'는 뜻을 가진 다양한 나라의 말이 젹혀있는 <사랑해 벽>

 

한참을 걷다 사랑해벽에 도착했다.
네이비색 벽이 참 예쁘다.


소심하게 혼자 셀카 찍기-> 괜찮으시면 사진 한장만...->에라 모르게따 ㅋㄷ    


구글맵에 몽마르뜨 언덕을 검색했는데 한참을 나오지를 않아서(내가 상상했던 이미지가) 몽마르뜨 묘지에도 가보고 산에도 가보고 한참 헤멨는데- 그냥 맨처음에 봤던 이 곳이 몽마르뜨 언덕이라는 걸 알았다. 음 나는 뭔가 더 광활히 펼쳐진 언덕을 상상했는데.. 날씨가 더 좋았다면 파리 전경이 한눈에 쭉 들어오는 곳이라 참 예쁠 것 같았다. 원래 여기선 버스킹도 많이 한다던데 내가 갔을 땐 없었어.. 그래서 분위기가 잘 안났나보다.




거대한 개선문을 시작으로 샹젤리제거리가 쭈욱 펼쳐져 있었는데 나는 진짜 길에 금칠이 되어있는 줄 알았다. 길이 막 부내를 뿜뿜하고 있는.. 스무살 된지 얼마 안 돼서 압구정로데오 거리를 처음 가봤을 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던것도 같고. 하여튼 너무 예뻤다! 줄줄이 늘어서있는 명품 매장에는 엄청나게 FM으로 차려입은 스탭들이 있고.. 루이비통 본사 엄청 큰 건물이 막 있고.. 


 이질적일만큼 높은 퀄리티의 무엇을 만나면 '난 저런데 언제 들어가보지..' 같은 박탈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냥 그저 순수하게 부럽고 경외로웠어...우아의 극치인 '오 샹젤리제' 노래가 절로 귀에 울려퍼지는 거 같았던. 왜인지 모르게 잔잔한 금칠이 되어있는 느낌이었던 샹젤리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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