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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Oct 03. 2022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

“아이, 가져야 할까?”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결혼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매년 방콕과 도쿄를 찾았고, 단둘이 하는 여행에서 결혼의 기쁨을 발견했다. 2세를 갖는 일은 두 사람이 해야 하는 많은 일 중 후순위였다.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와 나라가 많았고, 매년 가야 할 도시와 나라가 있었다.


“아이는?” 주변에서 이렇게 물으면 “내년에”라고 답하곤 했다. 매년 새해가 되어도 ‘내년에’라는 쉽고 간단한 답을 내세우며 아이 갖는 것을 미뤄왔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찾아왔다.


더 이상 여행을 다닐 수 없었다. 여행은커녕 사람들과의 만남도 힘들어졌다. 자연스럽게 아내와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를 고민하게 된 건 우리의 생물학적 나이도 한몫했다. 당시 아내는 30대 후반, 나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부인과에 가보면 우리 정도면 그리 나이가 많은 부부는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이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아이를 가지기에 빠른 나이도 아니었다.


아이를 갖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이를 갖겠다고 결심하는 것’부터 난도가 높았다. ‘왜 아이를 가져야 하지?’ 이 의문부터 해결해야 했다. 생명을 가지는 일이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작 나는 ‘내가 과연 한 생명을 내 마음대로 시작해도 될까?’라는 근본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내 한 몸, 내 인생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누군가를 낳아 잘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아이를 가진 건 아니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 질문에 논리적이고 합당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권리라는 것밖에는. 아이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을 것 같았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고민을 함께 나누던 아내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결국, 아내가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이를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떤 얼굴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지 모를 우리의 아이를 갖기로 했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긴 했다.


드디어 2021년 7월,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났다. 


임신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이 자신의 육아 경험을 떠올리며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밤잠이 부족할 것이다’, ‘네 인생은 이제 끝이다’, ‘아들이라니 넌 이제 망했다’ 등 각양각색의 조언과 경고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법한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히려 궁금해졌다. 어느 정도길래 이렇게들 말하는 건지.


아이를 키운 지 이제 7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진 않다.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육아를 함께 하고 있고 ‘효자’라고 부를 만큼 아이가 순하기도 한 덕이다. 그럼에도 체력적인 어려움이나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대신 아이를 키우며 만나는 행복한 시간의 강도와 빈도가 생각지 못할 만큼 크고 높다. 쌍둥이를 낳은 지인이 해준 말이 있다. 아이를 낳기 전에 느꼈던 행복의 최대치가 100이라면 아이를 낳은 후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최대치는 1200, 아니 20,000 정도는 될 거라고.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새삼 느끼고 있다. 아이의 깔깔대는 웃음이, 나의 몸에 닿는 작은 손짓이, 자면서 내는 새근새근 대는 소리가 내가 가진 행복이라는 그릇의 크기를 조금씩 넓혀주고 있음을 매일 느낀다. 이 레터는 그 행복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함께 할 다섯 명의 아빠들이 아이들과 교감하며 나누는 행복의 구체적인 모습을 각자 기록하고 함께 나눌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남길 글은 그 누구보다 우리 가족을 위한 기록이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레터를 통해 아이와 함께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과 공감이 전해졌으면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기쁨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다.


https://sundayfathersclub.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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