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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Nov 13. 2023

아이가 밥을 잘 먹게 하는 법

아내와 내가 이서를 키우며 가장 고민하는 것은 아마도 밥일 것이다. 평일에는 장인장모님과 어린이집이 이서의 끼니를 모두 맡아주고 있다. 장인장모님은 아이에게 최대한 건강한 음식을 주고 계신다. 아침에는 생야채와 닭가슴살과 같은 건강식을 챙겨주고 저녁에는 다양한 반찬이 포함된 일반식을 준비하신다. 아이에게 맛있는 밥을 주겠다고 작은 압력밥솥을 사서 매일 아이의 밥을 하신다. 어린이집에서도 나름 균형잡힌 영양소로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주말이다. 주말 6번의 끼니 때마다 이서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가 늘 고민이다. ‘고작 주말 6번의 식사를 가지고 뭘 걱정하느냐’ 라고 한다면, 맞는 말이다. 매일도 아니고 주말만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 뭐 문제일까.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보자면 문제될 것은 없다. 오히려 아이와 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오히려 무엇을 해줘야 할지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할까? 매일 끼니를 챙겨야 한다면 아마도 냉장고에 아이가 좋아하는 신선한 식재료가 늘 구비되어 있고 나름의 식단 루틴도 생겼을 법 하다. 그런데 우리는 5일 간격으로 주말에만 아이에게 밥을 먹여야 하다보니 루틴이 잡히거나 식재료를 구비해두기가 부담된다. 많은 양의 식재료를 사두자니 금세 상할 것이고, 빠르게 변하는 아이의 입맛을 따라잡기도 어렵다. 분명 얼마전까지 잘 먹었던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서 주어도 싫다고 손사레 치거나 쳐다도 안보기도 한다. 


뭐라도 잘 먹어주면 그저 감사한게 부모 마음이랄까요 (사진 제공 : 혁진)


물론 나와 아내가 먹을 음식들은 늘 냉장고에 있다. 정확히는 냉장실이 아닌 냉동실에. 그런데 우리에게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라 냉동실에 몇 주간 보관해두었던 식재료를 아이에게 먹이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냉동해두었던 밥을 데워서 내어주기는 한다. 반찬은 레토르트 음식과 팩에 담긴 생선을 주기도 한다. 생야채나 계란, 두부를 조리해주기도 하는데.. 부족하다. 다른 집들은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서 아이에게 주는 것 같은데 우리는 아이에게 발전없는 메뉴만을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매 주말 아이의 식사를 챙기는 일은 나와 아내에게는 매주 찾아오는, 같지만 새로운 미션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며칠 전, 매주 찾아오는 미션을 깰 수 있는 나름의 힌트를 얻는 일이 생겼다. 지난 수요일 저녁, 회사 일을 마치고 선정릉역 부근에 위치한 오키친스튜디오를 찾았다. 오뚜기가 운영하는 오키친스튜디오와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 콜라보로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쿠킹 클래스는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유명 요리사인 신효섭 셰프가 요리를 하고 나는 그 옆에서 보조를 하며 진행을 하는 역할이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쿠킹클래스 였는데 이 날은 특별히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컨셉으로 진행됐다. 


쿠킹 클래스에서 배울 요리 메뉴는 감자수제비 카레와 케챂 깍두기였다. 사전에 선정된 참여자들에게는 오뚜기에서 미리 키트와 소스 등을 배송해주었다. 참여자들은 기본적인 채소 정도만 미리 준비하면 클래스에 참여할 준비가 끝나는 것. 2시간 남짓 하는 시간 동안 진행된 클래스에는 20여쌍의 아빠와 아이들이 참여했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아이들은 아빠의 주도 하에 무척 열심히 요리에 집중했다. 아이들은 서툴지만 아빠를 따라 칼질을 하기도 하고, 감자 수제비 키트에 들어있는 믹스를 물에 개어 열심히 반죽하기도 했다. 모양틀을 이용해 수제비에 올라갈 고명을 찍어내기도 하고, 깍두기 무를 소금에 조근조근 섞어 절여두기도 했다. 


송이네도 쿠킹 클래스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 손현)


셰프님의 능숙한 리드 덕에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무사히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키트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무척이나 수월했고, 특히나 셰프님의 레시피(오뚜기 겉절이 소스+오뚜기 매실청+오뚜기 케챂)로 만든 깍두기 양념은 개인적으로 나중에 집에서 해먹어야겠다고 다짐할만큼 인상적이었다. 이제 시식 시간.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감자 수제비와 케챂 깍두기를 먹으며 연신 엄지를 들어보였다. 음식도 맛있었겠지만 음식의 맛을 더 좋게 만든 것은,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한 2시간이었으리라. 거기에 본인이 ‘내가 수제비와 깍두기를 만들었다'는 성취감까지 한 스푼 추가되었으니 맛이 없을리가 없다. 


사실 쿠킹클래스에는 이서도 참여했다. 클래스에 참여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10살 내외였던 것에 비해 이제 곧 두돌이 될 이서는 요리를 하기에는 많이 어렸다.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열심히 클래스에 참여해주셨고 셰프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아빠를 화면으로만 봤다. 비록 이서가 직접 요리를 하지는 못했지만 이서가 밥을 잘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깨달은 것 같다. 자주는 못하겠지만 가끔씩이라도 주말에는 이서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아빠와 직접 만든 밥 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려줘야지. 


신효섭 셰프님은 성격도 좋고 얼굴도 작았다 (사진 제공 : 오뚜기)


202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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