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대 뉴스
초보 1인 기업가의 단상 #6
퇴사 한지 이제 6개월이 되어간다. 출근은 6월 중순부터 하지 않았고 7월이 갓 되어 정식 퇴사를 했다. 6개월. 어찌 보면 '고작', 어찌 보면 '벌써'라 할 수 있는 시간들. 그 안에 많은 일이 있었다. 또 그 6개월 전인 올해 1월부터 되돌아보자면 인생의 큰 기점들을 여럿 지난 듯하다.
기준이랄 건 없다. 폭풍 같았던 2017년 내 멋대로, 내 맘대로 기억에 남는 10개의 뉴스를 정해봤다.
1. 'BC스트리트박스' 캠페인 '&어워드' 그랑프리 수상 그리고 CEO 표창
BC카드에서 2년 남짓 디지털 광고 업무를 하며 내 피, 땀, (진짜) 눈물이 담겨있는 프로젝트였던 'BC스트리트박스' 캠페인.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던 프로젝트. 2015년과 2016년, 총 2년에 걸쳐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회사 안팎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캠페인 자체가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광고'업무의 특성상 '내 일을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광고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음원사이트에서 'BC Street Box Project'를 검색해보세요.2015년에는 인디 가수들과의 콜라보, 2016년에는 용산에 있는 열정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목적을 작게나마 달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별다른 예산도 없이 JTBC '말하는대로'와도 좋은 인연이 되어 방송에 노출되면서 제법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그 덕에 온라인 광고제인 '&어워드'의 '기부/비영리'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할 수 있었다.
힘들만큼 의미있었던 내 프로젝트 'BC스트리트박스'&어워드 수상 덕분인지, 회사 내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우수한 성과를 보인 각 분야의 직원에게 주는 CEO 표창을 받았다. 회사에는 훌륭한 업적을 쌓으신 많은 분들이 계셨고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진 못했다. 임직원 투표와 심사를 거쳐 감사하게도 수상을 '고객인식1등 분야'에서 수상하게 되었다. 나 혼자 잘나서 받은 상은 아니었지만 내가 주도한 캠페인을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이나 기뻤다. 감사한 일이다.
표창이라니...2. 과장 승진
내가 다니던 BC카드는 사원으로 입사해 1년이 지나면 '계장' 호칭이 주어지고 만 4년(이었나 5년이었나..)이 되면 '대리'로 자동 승급이 된다. 그러니 '과장'부터가 진짜 승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동기들 22명 중 절반이 승진을 했고 나도 다행히 승진 대열에 낄 수 있었다. 승진하고 6개월 뒤에 퇴사를 하긴 했지만..
승진이라니...3. 결혼
내 인생을 평생 함께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여러분, 결혼하세요.4. 퇴사
결혼과 더불어 내 인생에 가장 큰 결정이 아닐까 싶다.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2달도 안되어 퇴사를 했다. 퇴사 시기를 의도한 건 아니었다. 광고 업무를 한창 하던 중 유명 카피라이터이신 정철 선생님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께 퇴사를 하고 1인기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이 내게 건넨 한마디.
'마려울 때가 있을 거예요.'
퇴사를 결심한 2017년 6월의 어느 날, 나는 단지 몹시 마려웠던 것 같다.
정철 선생님. 또 뵙고 싶네요.5. 하루 8시간, 총 144시간 강의
퇴사를 하자마자 감사하게도 바로 강의 자리를 소개받았다. 전북대에서 진행되는 취업 교육 과정에서 한 달간 마케팅 강의를 하게 된 것. 4주가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마케팅 원론 책 한 권을 다 가르쳐야 했다. 하루 8시간씩 진행된 강의를 총 시간으로 따지자면 144시간. (참고로 대학 한 학기의 한 과목 강의 시간은 50시간 내외) 퇴사 직후 투입된 강의였기에 강의안이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매일 밤 다음날 강의안을 만들어야 했다. 강의 투입 전에 미리 사둔 마케팅 원론 책은 물론이고 예시로 넣을 영상과 이미지 자료들을 유튜브와 구글에서 뒤졌다. 그렇게 강의를 준비하다 보면 동이 트기 일쑤. 핫식스를 마시며 강의 준비를 하다가 매일 새벽 4~5시에 잠들었다. 그렇게 버틴 144시간.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강의가 아닐 수 없다.
전북대 강의 마지막날, 한달 간 고생한 아이들과 함께6. 퇴사학교 선생님
전국의 많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교육 기업 '퇴사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전북대 강의가 끝나갈 무렵, 퇴사학교에서 선생님을 모집하다는 글을 보았다. 강의안을 준비하다 말고 모집 지원을 했고 선발되었다. 1달간의 준비를 거쳐 9월부터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일잘 직장인이 되기 위한 방법'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아직 보완할 점은 많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회사에서 고민 많은 주니어 직급 분들에게 도움이 될 강의라고 생각한다.
퇴사학교 '일잘 프로젝트'는 컨텐츠 정비 후 내년 봄부터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7. KT 워크샵 진행
퇴사 후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건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 워크샵'이다. 공인 퍼실리테이터로서 레고를 활용해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워크샵을 진행 중이다. 올해 여러 차례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건 'KT'에서의 워크샵이다. 전 직장인 BC카드는 여러 해 전 KT에 인수되었다. 광고 일을 할 때도 그렇지만 전사 전략업무를 2년간 담당할 때에도 KT와 일할 일이 많았다. 내가 일하고 교육받던 곳에서 이제는 내가 워크샵을 진행하게 된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KT직원분들과 함께했던 비즈니스 모델링 워크샵8. 나 홀로 워크샵
퇴사 직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갑작스레 맞게 된 강의들 덕분에 그 시기가 조금 늦춰졌다. 더위가 한 풀 꺾일 때쯤 제주도로 나 홀로 워크샵을 떠났다. 대부분의 시간은 묵었던 호텔방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보냈다. 그 덕에 나름의 목표들을 세울 수 있었고 1인기업으로서의 준비할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준비할 내용들은 올 연말과 내년 초에 다시 한번 점검하고 구체화할 예정이다.
나홀로 워크샵 동안 세운 목표와 계획들9. '마케팅 어벤저스' 팟캐스트 첫 광고 수주
4년째 지인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마케팅 어벤저스'에서 올해 여름, 처음으로 광고를 수주했다. 내가 기획한 컨텐츠를 기반으로 처음 수익을 낸 순간이었다. 너무 기뻤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순간이었다.
네이버에서 '마케팅 어벤저스'를 검색해보세요.10. '마케팅 어벤저스'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 개설 계약
네이버에서 운영 중인 음성 서비스 '오디오클립'에서 컨텐츠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봤다. 마케팅 어벤저스를 소개하는 장문의 글과 방송소개서를 보냈다. 그리고 1주일쯤 지났을까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다. 채널을 개설해주기로 했다. 광고를 수주한 것만큼 기뻤다. 네이버에 우리 방송을 서비스할 수 있다니! 이 글을 쓰기 직전 네이버에서 등기 우편으로 보내온 계약서에 날인을 했다. 늦어도 다음 달부터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우리 방송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카카오님 미안합니다.)
마케팅 어벤저스 커밍쑨.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일들도, 더 의미 있는 일들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분명한 건 위에 정리한 뉴스들이 앞으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내년 이맘때, 나는 어떤 뉴스들을 정리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강혁진
카드회사에서 SNS채널 기획과 운영, 디지털 광고 캠페인 전략 수립과 실행, 신규사업의 마케팅 수립 그리고 전사 전략 및 비전 수립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마케팅 전문 팟캐스트 '마케팅 어벤저스'를 4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개인과 기업의 전략수립과 문제 해결을 돕는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을 위한 마케팅 교육과 강의를 본격적으로 해보고자 7년 반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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