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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Feb 25. 2019

허니버터칩, 지금도 먹나요?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 출간 기념 연재 06

한 번 구축된 소비자의 기호는 여간해서는 잘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식품 분야에서 매우 두드러진다. 사람의 입맛이라는 것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다 보니 우리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집밥에 길들여지고 자주 가는 식당의 밥맛에 길들여진다. 


또한 소비자에게는 특정 음식에 대한 자신들만의 기준이 있다. 김치는 맛이 어때야 하고 라면은 맛이 어때야 하고 된장찌개는 맛이 어때야 한다는 자기만의 기준이 생각보다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식품시장에는 각 시장마다 오래된 강자들이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이들 강자의 틈을 공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꼬꼬면


라면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빨간 국물의 매콤한 라면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하얀 국물 라면에 온 국민이 열광한 적이 있다. 바로 꼬꼬면이다. ‘라면은 빨간 국물의 음식’이라는 많은 소비자의 고정관념에 강력한 도전자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꼬꼬면은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라면은 역시 빨간 국물이야’라는 오래된 소비자의 기호를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초코파이는 오랫동안 한 가지 맛으로 사랑받았다. 그런 초코파이가 바나나 맛을 출시하면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초코파이는 초콜릿과 마시멜로 맛이라는 익숙한 기호에서 바나나 맛이라는 극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호 창출을 시도했다. 이런 바나나 맛 초코파이의 열풍에 자극을 받아 카스타드, 몽쉘 등 유사한 상품군에서도 바나나 맛을 출시할 정도였다. 바나나 맛 초코파이는 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소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처럼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처음 출시될 때에 비해 열기가 많이 식었다이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허니버터칩 역시 스낵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지만 그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때 불었던 허니버터칩 열풍 (이미지 출처 : 데일리안)


이처럼 오래된 소비자의 입맛에 다양한 자극을 주어 시장 판도를 깨고자 하는 것은 좋은 시도다. 꽤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공고히 쌓여온 소비자의 기호를 깨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또한 단순히 맛을 변화시키고 재료를 변화시키는 것은 지속 가능한 차별화라고 말하기 어렵다. 맛과 재료의 변화는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감각적인 만족을 꾀하는 기호성 차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새로운 맛 자체에 대해 법적 권리를 획득하거나 원료나 설비를 독점하지 않는 이상 경쟁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기호성 차별화를 시도할 때는 신뢰성, 경제성, 편의성 등 다른 속성의 차별화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민혁 씨가 카스에 끌리는 이유는?


파란색을 강조한 카스의 광고 (이미지 출처 : CASS 홈페이지)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맥주의 쌉쌀하고 시원한 맛에서만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시각과 촉각 등 다른 감각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패키지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응암동에 사는 민혁 씨가 마트에 갈 때마다 카스에 끌리는 이유는 바로 패키지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카스의 파란색 라벨은 시원한 느낌을 주며 그 파란색을 진하게 표현한 것은 뭔가 묵직한 질감도 준다. 때문에 시원하고 풍부한 맥주 맛을 상상하는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패키지 색상이다. 


색상이라는 시각은 우리 머릿속에서 촉각을 자극하기도 하고 미각을 자극하기도 하며 때로는 청각을 자극하기도 한다. 라면은 빨간색이라는 우리의 오랜 이미지는 ‘맵다’라는 미각(엄밀히 말하면 통각)이 시각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매워야 맛있다’라는 소비자의 이미지는 그대로 각 라면의 패키지 색상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잘 팔리는 신라면, 안성탕면, 삼양라면, 진라면 모두 빨간색 혹은 그와 비슷한 주황색 계열이다. 라면이라는 카테고리에서는 빨간색이 맛있는 색이다. 이런 소비자의 이미지를 깨는 것은 매우 어렵다.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이 빨간 라면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각·후각·미각 등 종합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한번 설명하지만 만약 우리가 소비자의 감각을 만족시키는 기호성 차별화를 하고자 한다면 단순한 한 가지 감각이 아니라 오감을 종합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해야 한다. 아예 처음부터 색상, 향기, 배경음악 등 감각적인 요소를 정해 놓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늘도 응암동에 사는 민혁 씨는 마트에서 카스를 집어 든다. 민혁 씨는 그런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매번 카스만 사는 민혁 씨를 보는 가족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감각적 만족은 한 가지 감각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호성 차별화를 시도할 때는 신뢰성・경제성・편의성 등
다른 속성의 차별화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오감을 종합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해야 한다.


이 글은 신간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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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진


마케팅 콘텐츠 기업 <워크베터컴퍼니> 대표


BC카드에서 SNS 채널 기획과 운영, 디지털 광고 캠페인 전략 수립과 실행, 신규사업의 마케팅 수립 그리고 전사 전략 및 비전 수립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지금은 마케팅 강의와 함께 개인과 기업의 문제 해결을 돕는 문제 해결 전문가로서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워크숍(자세히 보기)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No.1 마케팅 전문 팟캐스트 '마케팅 어벤저스' (자세히 보기) 공동 진행 및 네이버 오디오클립 '아니연맨의 마케팅 땅 짚고 헤엄치기'(아마땅)(자세히 보기)을 진행하고 있다.


30대를 위한 모임 '월간서른'(자세히보기)을 운영 중이다. '월간서른'을 통해 직장을 포함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위하고 있는 30대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2018년 1월부터 매월 1회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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