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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Feb 25. 2019

삼성 무풍에어컨은 성공할 수 있을까?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 출간 기념 연재 07


2017년 여름 매우 신기한 가전제품 하나가 큰 이슈가 되었다. 바로 바람이 나오지 않는 에어컨이다. 2016년 출시된 이 에어컨은 ‘바람이 나오지 않는 에어컨’이라는 모순적인 표현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바로 삼성의 무풍에어컨이다


이미지 출처 : 삼성전자


국내 에어컨 시장은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여름 폭염으로 인해 크게 성장하고 있고 시장점유율 1위 LG전자와 2위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 속에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람이 나오지 않는 에어컨’이라는 컨셉은 출시 첫해 삼성전자 에어컨 판매량의 70%를 넘게 차지할 만큼 주력상품이 될 정도로 에어컨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사실 무풍에어컨에 바람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름 1mm의 미세한 구멍으로 냉기가 아주 느린 속도로 공간에 퍼지면서 마치 바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무풍에어컨라 칭한 것이다. 
기존의 에어컨들이 에너지 효율인공지능 등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삼성의 무풍에어컨은 바람이라는 불안요소를 해결해 주는 신뢰성에 초점을 맞추는 일종의 개념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효율과 기능을 비슷하게 주장하는 에어컨 시장에서 참신하고 임팩트 있는 컨셉인 것은 분명하다.


삼성 무풍에어컨 광고 中


출시 당시의 TV 광고 역시 아기·임산부·수험생·노인 등 바람으로 인해 불안과 불편을 겪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며 무풍에어컨이 가져다 줄 혜택을 소개했다. 에어컨 바람으로 인해 감기·두통 등 건강상의 피해가 있을 수 있고,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이 ‘바람’에 대해 얼마만큼 민감하게 생각하느냐이다. 신뢰는 불안과 불신의 크기와 비례한다. 만약에 ‘에어컨 바람’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안과 불편을 크게 느낀다면 ‘무풍에어컨’이 주는 신뢰성은 커질 것이고, 삼성이 이 불안과 불신·불편을 얼마나 부각시키고 조장하느냐에 따라 무풍에어컨의 성과는 달라질 것이다. 향후 삼성에서는 이 바람에 대한 불안을 매스커뮤니케이션이든 고객접점(POS, Point Of Sales)에서든 최대한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스마트 에어컨이라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에어컨이 주력이고,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이라는 신뢰성에 초점을 맞춘 에어컨이 주력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무풍에어컨으로 에어컨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아마 소비자의 ‘바람’에 대한 불안과 불신의 크기를 최대한 크게 키운 덕분일 것이다. 
  

풀무원, 공포마케팅의 대가?


풀무원은 1981년 압구정동의 작은 유기농 채소가게에서 시작해 현재는 25개 계열사에 2017년 기준 약 2조 2,000억 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이 되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바른먹거리라는 신뢰성 차별화로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왔고 소비자에게도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


풀무원 바른먹거리 캠페인 中


풀무원은 그동안 성장해 오면서 많은 신뢰성 관련 이슈를 시장에 던졌다. MSG 등 화학첨가물 무첨가, 영양성분이나 원재료 완전 표시, 제조일자 표기, Non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이슈 등 식품시장에서 굵직굵직한 이슈는 풀무원이 주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도하게 소비자의 공포를 조장한다’ ‘대부분의 식품기업이 사용하지 않는 첨가물을 마치 혼자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주장하여 타 기업을 매도한다’ 등 식품업계 안팎에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는 일종의 공포마케팅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풀무원이 문제 삼아왔던 많은 이슈들 중에는 그 해로움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MSG도 GMO도 그 위험성이 명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다. 풀무원에서 이슈를 선도하여 이제는 메이저 식품회사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합성착향료·합성착색료 역시 과학적으로 위험성이 증명된 바는 없다(보통 과학적으로 위험이 입증된 원료에 대해서는 식품 제조에 사용이 전면적으로 그리고 바로 금지된다). 



이미지 출처 : 풀무원 홈페이지


풀무원 성장의 동력은 포장두부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주력상품은 국산콩 두부다. 참고로 국산콩, 유기농 콩, 일반 수입콩 사이에서 어떤 제품의 품질이 우수한지 그 차이가 증명된 바는 없다풀무원은 다만 불안의 실체는 추상적으로그 해결책은 구체적으로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소구 했을 뿐이다. 이것이 공포마케팅이라고 한다면 풀무원은 공포마케팅의 대가가 맞다. 


하지만 풀무원이 공포마케팅을 한다고 해서 소비자와 다른 기업에게 피해를 입혔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을 조장한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MSG도 GMO도 아직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지 안전하다고 완전히 결론이 난 것도 아니다. 2010년대 이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가습기 살균제 파동도 사용 당시에는 누구도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아직 위험하다고 밝혀지지 않은 것과 안전하다는 동의어가 될 수 없다다만 위험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소비자도 기업도 민감할 필요가 있다.



신뢰성 차별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이렇게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소비자가 입을 피해를 민감하게 살펴보고
예측하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러한 신뢰성 차별화는 아주 민감하게 고려하고 준비하고 진행되어야 한다.
그 의도도 그 방법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의 소비자 피해를 줄여주고자 노력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신뢰성 차별화의 노력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출처: 책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


이 글은 신간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 방법을 알고 싶은 분들은 책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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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진


마케팅 콘텐츠 기업 <워크베터컴퍼니> 대표


BC카드에서 SNS 채널 기획과 운영, 디지털 광고 캠페인 전략 수립과 실행, 신규사업의 마케팅 수립 그리고 전사 전략 및 비전 수립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지금은 마케팅 강의와 함께 개인과 기업의 문제 해결을 돕는 문제 해결 전문가로서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워크숍(자세히 보기)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No.1 마케팅 전문 팟캐스트 '마케팅 어벤저스' (자세히 보기) 공동 진행 및 네이버 오디오클립 '아니연맨의 마케팅 땅 짚고 헤엄치기'(아마땅)(자세히 보기)을 진행하고 있다.


30대를 위한 모임 '월간서른'(자세히보기)을 운영 중이다. '월간서른'을 통해 직장을 포함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위하고 있는 30대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2018년 1월부터 매월 1회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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