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라빈스의 광고에 대하여
얼마 전, SPC에서 새로 내놓은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여름 맞이 배스킨라빈스 신제품 출시와 함께 10살짜리(만 나이 이었는지 아닌지 등은 모르겠다.) 유명 인스타그래머가 출연하는 광고를 각종 온라인 채널을 통해 배포했다. 이 광고가 논란이 된 이유는 광고에 나온 여러 가지 요소들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매우 섹슈얼한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의 다양한 장치들이 성적 요소를 담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모델의 나이가 고작 10살밖에 안됐다는 거다. 결국 광고주는 광고 송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 광고에 대해 크게 두 개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 광고는 아동을 성적 대상화한 광고로 비칠 수 있다’(이하 A의 입장) vs ‘이 광고가 어딜 봐서 아동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것인가?’ (이하 B의 입장)
A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광고에 나온 소품과 표현 방식이 아동 모델이 출연한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성적 의미를 가진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해석의 여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이 글을 통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요지에 있어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동이 출연하는 영상에 대해서는 최대한 성적 표현으로 추정될 수 있는 방식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B의 입장에 선 사람들은, 이 광고 영상을 섹슈얼하게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순수하게 광고로, 아동으로, 상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앞선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광고 안에서의 다양한 성적 해석을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양측의 의견을 보고 있자니.. A, B 양측이 찬반의 구도가 아닌 조금은 어긋난 대립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A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내가 그렇게 느낀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그렇게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의미할 것이다.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해서 발생하지 않는 일은 아니다. 실제로 누군가는 광고를 보고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상상을 하거나 욕구를 느낄 수 있다.(옳다거나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상에서 논쟁이 오고 갈 때도 A의 입장을 두둔하는 근거로써 모 커뮤니티에서 실제로 이 광고를 보고 말도 안 되는 댓글들(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글)이 올라오는 걸 캡처한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A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논지는 '섹슈얼한 광고를 찍으면 안 된다'가 아니라 '굳이 미성년자를, 그것도 10살밖에 안된 아이를 모델로 기용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콘셉트로 찍어야 했는가?'라는 것이다.
B의 입장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자면, '그게 어떻게 성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영상을 보고 나서 그리고 몇 번을 돌려봐도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 B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동일한 생각을 가졌다. '이게 무슨 문제가 있는 영상이라는 거지?' 너도나도 '이게 뭐가 문젠 가요?'라며 SNS상에서 영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하지만 도대체 어디가 성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인지 찾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바로 '그 일'이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거다.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다.
난 A와 B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며 지지한다.
무슨 말이냐면...
'나 역시 논란이 된 광고를 봐도 광고 이상의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B의 입장) 하지만 누군가 잘못된 시선으로 광고를 바라볼 여지가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특히나 그것이 '아동'과 관련되었다면.(A의 입장)'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B의 입장만을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익명의 미성년자 아동 모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상품화(아.. 이 단어는 정말 쓰고 싶지 않다. 누군가 이 글을 보시고 적절한 대체 단어 또는 표현을 제안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된 채 '소비'될 여지가 있다. 누군가는 '이거 저거 다 따지면서 어떻게 광고를 만드나?' 또는 '소아성애자 때문에 아이들은 죄다 아동복 입혀서 뭐 장난감이나 들리고 찍어야 한다는 거냐?', '아이에게 피해 갈 수 있는 괜한 소리는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다양한 규제와 제재가 겹겹이 쌓인다면 광고를 만들고 기업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이 광고를 만든 광고주, 광고 대행사, 모델의 부모, 그 누구도 의도적으로 이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에 언급한 어느 누구도 그 아이를 상품 광고 이외의 메시지가 느껴지는 광고의 모델로 만들고자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조금 더 신중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만 생각해보자.
당신의 딸이 또는 당신의 아들이, 당신의 조카가,
비록 적은 수의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일지라도,
그 공간이 그들만의 폐쇄적인 온/오프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들에 의해, 그곳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소비되고 평가되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그런 사람들의 비정상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건 모두가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이 잘못된 생각을 할 빌미를 최대한 주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이야기에는 왜 동의하지 않는가?
혹여나 자칫 잘못 해석하자면 마치 피해자인 아동이 잠재적 가해자를 피해 다니는 모양새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동(미성년자)'은 사회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잠재적 위험과 위협 그리고 잠재적 가해자로부터 아이들을 그리고 아이들의 사회적 이미지를 격리하고 보호하는 것이 어른과 사회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누군가 이런 댓글도 남겼다.
'그럼 그런 글을 남기는 사람들을 성희롱으로 잡아넣을 일이지, 광고가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그럼 지금이라도 그런 사람들을 잡아넣을 수 있는가?
누가 그 역할을 할 텐가? 당신이 할 텐가?
그 글을 본 당신이 지금 바로 신고라도 했는가?
당신의 자녀라면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고 말 수 있는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미성년자 아동에게 적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고민해봐야 할 질문이지 않을까?
광고주의 입장도, 광고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도, 어른의 입장도 아닌,
그저 아이의 입장에서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