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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Mar 02. 2020

나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견인가

1. "나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2. 여기서 사실은 무엇인가? '강혁진이 짜장면을 좋아한다'가 사실인가? '강혁진이 브런치에 글을 썼다'가 사실인가?


3. 아니다. '강혁진의 브런치에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사실이다. 내 브런치에 올라왔다가 내가 썼다고 100% 장담할 수도 없고 내가 진짜 짜장면을 좋아하는지도 100% 알 수 없다. 그저 위 내용의 글이 내 브런치에 올라온 것만이 사실이다.  


4. 우리가 브런치나 페북에 이런 시답잖은 거짓말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쳐다보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는 이런 '사실'처럼 보이는 '의견', 나아가 '거짓'이 넘쳐난다.


5.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아마 우리나라 5천만 인구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고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짜 뉴스'에 한 번쯤 걸려들지 않을까 싶다.


6.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카톡방을 통해 한번쯤 '카더라'뉴스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카더라'인지도 모르고 '사실'처럼 인지한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어느 병원 아침 회의 회의록 이라던가, 어느 대학 총장이 썼다는 글이라던가, 마스크는 어떻게 쓰면 재활용이 된다던가.


7. '사실'과 '의견'은 다르다. 의견을 사실처럼, 또는 사실에 의견을 더해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실'과 '의견'이 섞인 것의 총합 역시 '사실'이 될 수 없다.


8. 우리의 몸이 체내에 들어오는 나쁜 병균들에 대항해 싸워내는 것처럼, 우리 머리에 들어온 나쁜 것들과도 싸워내야 한다. 그런데 더 좋은 것은 싸우기 전에 우리 머릿속에 그 정보들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견'인지 사전에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9.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소화하고 이해하기도 전에 주변에 전파한다. 그렇게 가짜 뉴스들이 퍼져나간다.


10. 이야기가 쉽게 퍼져나가는 이유는 전달되는 채널의 특성에 있다. 페이스북 또는 카카오톡과 같은 지인 기반의 네트워크에서는 정보가 쉽게 전달, 전파된다. 모르는 사람이 아닌, 지인이 전달한 정보는 우리 머릿속에서 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10. 하지만 이때도 한 번쯤 '진짜?'라고 생각해야 하다. 나아가 '왜?'라는 질문도 던져야 한다. 내가 받은 이야기의 출처를 묻는 것도 필요하다. 조금 못 미덥다 싶으면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 한 번만 해도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들이 많다.


11. 현실에서는 이런 질문들을 지인에게 던지면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오해받기 좋다. 나처럼 낯이 두꺼운 사람이야 그런 상황에 개의치 않고 물어보고는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의견'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짓'을 '진실' 또는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비해 우리가 챙겨야 할 것은 육체적인 건강뿐만이 아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것처럼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몸도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들어와야 건강하다. 우리의 마음도 좋은, 제대로 된 정보를 만든 이야기가 들어와야 건강할 수 있다. 그러니 아무 정보나 받아들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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