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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y 30. 2020

엄마는 내가 돌봐줄게

걱정말아요, 엄마

  어린 시절 사진 중 좀 의아한 장소에서 찍힌 사진이 있습니다.  대략 두 살 혹은 세 살 언저리 즈음의 사진 한 장. 나이트 클럽에서 찍힌 사진이죠. 작은 여자아이가 플로어 한가운데서 춤을 추고 있는 사진. 사진 속 주인공은 니다.


  스무 살이 넘어 우연히 그 사진을 다시 봤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밤 늦은 시간, 아이들은 모두 잠을 자고 있을 시간에 나는 왜 어른들 사이에서 댄스 삼매경에 빠져있었건 걸까.  엉덩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직 기저귀도 때지 않은 나이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린 나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표정 또한 너무도 즐거워 보입니다. 아마도 의 재롱 탓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박장대소했지요.


  "엄마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응 키울 때 친구들이 나이트 가자고 해서 너 데리고 간 거야. 봐줄 사람이 없는데 어쩌니 데리고 가야지."

따지듯 묻는 저의 물음에 모친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렇니다. 전 이미 두 살에 나이트  클럽 신고식을 마쳤던 것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어린 엄마의 일탈에 피식 웃고 말았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마음을 알겠더군요. 얼마나 놀고 싶으면, 얼마나 답답했으면, 기저귀를 차고 있는 어린 딸을 둘러업고 나이트 클럽에 갔을까? 육아 8년 차, 이제야 난 어린 엄마의 고단함과 철없음으로 보이는 귀여운 발악이 너무도 이해가 됩니다.


  사실 아이를 키움에 있어 육아 몇 년 차 따윈 중요치 않습니다. 어느 순간이든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란 것은 보통의 인내력으론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요. 한고비 넘기고 나면 또 한고비. 아이를 내안에 품었을때 축하만 받았지 그 어느 누구 하나 으로 얼마나 힘들지에 대해선 입 뻥끗 하지 않으니 말이죠. 그래서 일까요? 저 역시 쁨 만큼 고된 육아에 당혹스러운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특수상황입니다. '코비드19'이라는 정체모를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전세계가 경계 태세입니다. 저희 아이들 학교 역시 긴급 방학에 돌입 하여 여태껏 개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새학기가 시작할 때까지 다시 등교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 모든 엄마들은 24시간 아이들과 복작대며 집에 머물러야 합니다. 아이들 공부를 봐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빨래도 해야하고 밥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지요. 그 와중에 워킹맘들은 재택근무까지 해야하니 말 그대로 머리에 꽃달기 일보직전, 아니 벌써 꽃 단 엄마들이 속출이겠지요. 아이들이 어리면 어린 대로 크면 큰 대로 학교를 가지 못한다는 불안감은 엄마들의 마음에 한덩어리 짐이 되어 얹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다 같은 상황이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선생님과 엄마와 운동코치의 1인 3역은 모든 엄마들을 참 지치게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주어진 상황에 열중 하다가도 친정엄마의 야밤 나이트 클럽 행문득, 자주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두 달이 지나가서 석달째가 접어드니 슬슬 한계가 오나 봅니다. 아이들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때면 슬며시 구석진 방으로 들어가 아이들이 부르기 전까지 꼼짝않고 있기도 하니까요. 참 우스운 것이 이게 많이 도움이 되더라구요. 혼자만의 시간이 짧더라도 큰 위안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엄마의 감정을 읽는 아주 신통하고 약간은 무서운 재주를 타고 납니다. 엄마가 힘들어하거나 우울해 하면 어찌나 잘도 아는지 말입니다. 일부러라도 큰 소리로 웃기도 하지만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아이들은 구별하나 봅니다. 한 날,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제게 아이가 그림 한 장을 건네며 말합니다.


"엄마는 우리가 돌봐줄게."


  아무 맥락 없는 이 말이 어찌나 뜬금 없으면서도 위로가 됐는지 모릅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들을 돌봐주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아마도 제가 내색하지 않았지만 품고 있던 현재 상황에 대한 고됨과 걱정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아이의 마음말에 또 다시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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