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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Feb 02. 2022

그 시절 아빠의 아들 덕질 방법

내 덕질 DNA는 아빠한테서 온 듯

"안녕 디지몬..." 안동 YMCA 아기스포츠단 가족의 밤 행사 무사히 마쳐

작성자 : 아바이 2003.01.03 02:41  


취재와 사진-아버지

     안동 ymca 아기스포츠단 가족의 밤 행사가 '인형극의 밤'이라는 부제를 달고 12월 12일 저녁 6시 30분 안동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강가멜(kanggamel)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서구 선생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아기스포츠단 단원 및 가족 수백 명이 참석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쳐났다.

     1부 '만나서 반갑습니다.' 코너에서는 다 함께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을 즐겼고, 이어서 마련된 2부순서 '우리들이 준비했어요' 마당에서는 누리반, 하늘반, 바다반, 가람반 단원들이 그동안 각자 익힌 재롱 실력들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강가멜 선생님의 사회로 2시간여에 걸쳐 진행

     특히, 민성일군(바다반, 아빠 민덕기, 엄마 백학림)이 속해 있는 바다반 단원들은 "안녕 디지몬"이라는 제목의 음악율동을 선보여 참석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단원들의 재롱잔치에 이어 마련된 3부 순서에서는 단원들의 어머니들이 사랑마을, 무지개마을, 스토리마을, 산타마을로 나뉘어 아이들 못지않은 재롱(?)을 과시했고 박장동 단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은 '썸머 징글벨'이라는 제목으로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작품상은 동극 "금도끼 은도끼"를 무대에 올린 스토리마을 어머니들이 차지했다. 이날 4부순서에서는 2002. 6. 8. 가족캠프에서 봉인한 타임박스가 개봉되기도 했다.



바다반 율동 "안녕 디지몬"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받아

     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폐회를 한 후 기념촬영까지 마치고 무사히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한편, 이 날 행사장 밖 복도나 수련관 마당에서는 아이들에게 마지못해 끌려 나온 일부 아버지들이 하릴없이 서성대거나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모습들이 간간히 목격되기도 했다. 이를 본 어떤 할아버지는 부모 노릇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 날 행사에서 무엇보다도 돋보인 것은 민성일군이 얼마 전에 비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민군은 이 날 전혀 투정을 부리지 않았고 공연 도중에 산타 할아버지가 던져준 사탕을 한 개도 아닌 두 개나 줍는 재빠른 모습을 모여주기도 했다.







성일군 성숙한 모습 보여줘

     한편, 이 날 행사에 참석한 민성일군의 모친 백학림 여사와 아부지 민덕기씨는 아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모여 주었고, 들러리로 따라온 민지영양(상지유치원)은 엄마가 응원을 잘하지 못하여 선물을 하나도 타지 못했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였다.

     이 날의 주인공 민성일군은 곧 아기스포츠단을 수료하고 카톨릭 상지대학 부설 상지유치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 성일군 부자의 머리 위로 별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성일군은 누나와 나눠 먹겠다며 사탕을 움켜쥔 손을 한사코 놓으려 하지 않았다.



▲ 아들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백학림 여사의 아름다운 모습 ⓒ2002 민덕기







그리고 2022년 2월 1일 화요일


그 시절 아빠의 아들 덕질 방법. 한 장 한 장 정성스러운 사진과 문장 하나하나에 애정이 가득 넘치는 기사. 20년 전 아빠가 가족 카페를 만들고 '슬픈 일 기쁜 일' 게시판에 처음 올린 글은 바로 이 글이었다. 반짝반짝 은박지 같은 옷을 입은 저 쪼끄만 애가 재롱부리는 게 아빠한텐 이렇게도 기쁜 일이었나 보다. 당연히 나도 이땐 코흘리개 시절이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초에 나를 여기 데리고 간 것 같지도 않다.


그 대신에 이 글을 보고 동생 대학교 입학식 때가 생각났다. 동생이 수백 명의 사람들이랑 강당 안에 섞여서 앉아있었는데, 아빠가 휴대폰 카메라로 이리저리 줌을 땡겨보더니, 그 사람들 가운데서 동생을 찾아내서 사진을 찍었다. 또 얼마 전에 롱패딩에 마스크, 모자까지 꽁꽁 싸매고 안동에 내려갔던 날도 생각났다. 기차역에서 나를 기다리던 엄마가 날 못 알아보겠다 싶어서 전화를 거는데, 엄마가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 차를 세우더라. 아무래도 부모의 눈에는 자식들한테만 포커스가 잡히는 고성능 줌렌즈가 장착돼있는 것 같다.


만약 나도 언젠가 자식이 생긴다면 그러려나. 어떤 마음일지 지금은 가늠도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냥 학창 시절 정성스레 덕질했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내 덕질 DNA가 아빠의 이런 면에서 비롯했구나,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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