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툴 다들 잘 아시죠?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라는 말이 있다. 극의 사건 진행 과정에서 도저히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뒤틀어지고 비꼬인 문제를 갑자기 등장한 신의 대명(大命)으로 해결하는 기법에서 유래한다. 한 마디로 등장인물들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고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제를 누군가(주로 절대적 존재)가 나타나서 다 해결해버리는 거다.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우주전쟁>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유명하다. 어느 날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한다. 군대도 속수무책이고, 주인공 톰 크루즈 형님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딸을 지키기 위해 도망친다. 도시는 초토화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가운데 갑자기 외계인들이 픽 쓰러진다. 지구의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바람에 죽었다. 앵?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구축을 준비하던 많은 실무자들은 코로나 19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만났다. 우리는 그동안 무수한 직원 의견 조사와 경영진 보고를 했지만 회사를 크게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간의 노력이 허무할 만큼 한 번에 많은 변화가 생겨버렸다. “어라? 개이득^^” 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든다.
지난 2월 말부터 주요 기업들이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긴급하게 재택근무 돌입하였다. 이후에도 일부 기업은 주 1~3일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향후 코로나 19 재확산 등에 대비해 디지털 업무환경을 보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클라우드, 협업 툴, 화상회의 솔루션, VPN 등 원격근무에 필요한 솔루션이다. 특히, 비대면 업무 처리를 위한 협업툴과 화상회의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였다. 네이버, 카카오 테크 자이언츠들이 참전하고 있는 협업툴 시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15% 이상의 엄청난 성장이 예상된다.
협업툴이라는 말은 사실 굉장히 광범위하다. 협업에 필요한 도구. 응? 우리 하는 일이 다 협업 아니야? 맞다. 협업에는 사실 다 필요하다. 인스턴트 메시징, 이메일, 화상회의, 공동문서 작성, 콘텐츠 관리, 일정관리. 그런데 협업툴은 이 모든 작업을 연결시켜주는 것에 그 역할이 있다.
최근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는 협업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메시징 기반의 Workstream Collaboration Tool과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Collaborative Work Management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슬랙, 팀즈, 잔디, 카카오워크 같은 솔루션은 Workstream Collaboration Tool이다. 가장 기본의 기능은 1:1, 그룹, 업무별 대화 공간이며 신속하고 간편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장점이다.
Collaborative Work Management는 사용자의 과업 계획 및 조정을 지원하는 작업 공간이다. 할 일, 프로젝트, 업무 프로세스를 대시 보드와 결합한다. 아사나, 트렐로, 먼데이닷컴같은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전체 과업을 한눈에 보거나 하향식 목표 수립에 용이해서 최근에는 OKR 운영을 지원하는 솔루션으로도 쓰인다.
협업툴을 도입해야만 디지털 워크플레이스가 되는 건 아니다. 많은 대기업 담당자가 슬랙과 노션을 쓰는 것만으로 우리 회사가 스타트업처럼 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장님은 절대로 후드티를 입고 출근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자.
협업툴을 급하게 도입한 회사 중에는 사내 메신저를 4~5개씩 여전히 같이 쓰고 있는 곳이 있다. 직원들은 혼란에 있다. 여러 툴에 내용이 흩어져 대화 내용이나 자료를 찾는 데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해서 가장 큰 장점인 신속성을 해친다. 여러 툴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통합적인 맥락 파악이 힘들 수 있다.
협업툴의 단점으로는 잦은 알람과 즉각적인 답변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집중력이 분산되고 본인의 업무에 집중하며 일할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어바인 캠퍼스 글로리아 마크 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3분마다 방해를 받고, 한 번 방해를 받은 뒤 다시 집중하는 데는 약 23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비즈니스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우리 회사의 특성과 비즈니스 전략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그룹에서 주요한 사업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내 구성원보다 더 많은 수의 협력사와 빠른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며, 중소협력사도 쉽게 잘 쓸 수 있는 협업툴이 필요하다.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관점에서는 협업툴 도입 여부는 통합된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환경 지원이라는 목적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협업툴은 협업에 필요한 전체 환경의 일부이다. 더 큰 변화는 온 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의 전환이다.
많은 대기업이 문서작업에 필요한 오피스 프로그램, 이메일, 업무용 메신저, 로컬 드라이브 다 제각각이다. 이제는 모두가 통합되어야 한다. 이해를 돕자면 마이크로소프트의 MS365나 구글의 워크스페이스(G suite에서 이름이 바뀌었다)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말한다..
이메일과 협업툴, 화상회의, 공유 드라이브, 공동 문서작업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생성된 콘텐츠를 쉽게 찾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AI와 BOT을 붙여서 자동화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협업툴은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 작업환경으로 한 번에 옮기지 못하면 협업툴에 다른 솔루션들을 연동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요약하면,
협업툴의 유형을 잘 파악하고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가려서 도입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협업툴 단일 솔루션보다는 통합된 커뮤니케이션과 클라우드 오피스 환경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디지털 워크플레이스의 목적과 범위, 우선순위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