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워크플레이스는 중요한 전략이다
얼마 전 JTBC <방구석 1열>에서 <두 교황>이라는 영화를 소개해줬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영화는 가톨릭의 보수적 가치를 강경하게 지켜 온 베네딕토 16세와 개혁과 관용을 지지하는 당시 베르골리오 추기경 사이의 논쟁, 존중, 포용을 다룬다. 마침 내가 TV를 켰을 때 이런 대화 장면이 나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신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다 라고 한다. 프란치스코 추기경은 신은 변하며 이동한다고 한다. 신이 항상 이동한다면 우리가 신을 어디서 찾을 수 있냐는 베네딕토 교황의 반문하였다.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대답한다.
“ On the journey?”
디지털 혁신 업무를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정확한 도착지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고, 비즈니스도 변하고, 경쟁자도 변하고, 구성원도 변하고, 기술도 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수한 사람도 모든 변수를 다 고려한 단 하나의 최적점을 찾기는 어렵다. 적어도 나는 그럴 만한 혜안은 없었다. 내가 1년 동안 지도를 펼쳐놓고 점을 찍었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내린 결론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여정이고, 그 정답은 말 그대로 On the journey에 있다. 소수의 기획자가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보고서를 쓰면서 좌표를 찍는 것보다 일단은 혁신의 여정에 많은 구성원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가까워 질 것이라는 계시를 얻은 것이다. 아멘.
<이처럼 많은 구성원이 같은 여정을 갈 수 있을까?>
구성원의 동참이 없는 디지털 혁신의 여정은 금세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을 위해서는 새로운 과업 방식에 기꺼이 적응할 의지가 있으며, 기술을 계속해서 수용해서 스킬 업해나갈 구성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걸 디지털 민첩성(Digital dexterity)이라고 부른다. 구성원이 디지털 민첩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디지털 워크플레이스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는 디지털 워크플레이스가 필요하다.
코로나 19 이후에 마치 디지털 워크플레이스가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는 디지털 혁신을 위한 중요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우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놓여 있다. 회사는 직원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말로 돕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그들을 방해하고 있는가? 직원들이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의 수준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현실에서 직원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작년 12월 10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당사의 디지털 업무환경 수준을 낮게 평가할수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냉소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는 직원 개인이 디지털을 마음껏 활용하여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한다.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는 단순히 RPA가 많아지고, 협업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나의 작업 행동을 드러내는 일련의 데이터와 그것들이 실행되는 맥락을 지능적으로 추적하고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직무, 우리 팀의 성과, 나의 관심사, 나의 업무 스타일, 현재 생산성, 전문성 보유 수준, 웰빙과 같은 정신적 건강까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애플리케이션에서 데이터로 활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소프트웨어 로봇이 수신 이메일을 분석하여 "노이즈"를 걸러 내고 가장 중요한 내용을 식별해야 한다. 내가 가진 도메인 지식이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으로 공유된다. 회의 대상 참석자를 위한 일정을 생성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 역시 나의 행동을 기반으로 최적화하여 대신할 수 있다. 이러한 아키텍처는 나의 행동, 선호도 및 생산성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여 이를 강화하여 점점 더 효과적이 된다. 물론, 현재 이것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러나 디지털 워크플레이스의 방향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럼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는 어느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 먼저 사용자가 요구하는 디지털 워크플레이스의 인프라와 운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바일과 PC와 같은 장비는 어떻게 쓸 것인지, 가상 데스크톱(VDI)이나 서버 기반 컴퓨팅(SBC)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를 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 회사에 적합한 엔드 포인트 컴퓨팅 방식을 설계하는 것이다. Workday와 같은 HCM(Human Capital Management) 솔루션 역시 디지털 워크플레이스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HCM은 인력 관리, 급여, 인재 확보, 인재 관리, HR 서비스 관리, 분석과 같은 엔터프라이즈 HR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회사차원에서는 변화하는 조직 요구 사항에 대응하는 구성원의 민첩성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며, 직원들에게도 본인을 둘러싼 정보를 시각화해서 제공할 수 있다. AI와 분석기술, BI솔루션의 발달도 중요한 축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것은 디지털 워크플레이스가 중요한 비즈니스 전략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글에서 설명한 협업툴과 같이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이 중단 없는 콘텐츠 생산,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익숙한 업무환경을 디지털 혁신하고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로 만드는 것은 강력한 의지가(Ambition) 필요하다. 혹시나 유행처럼 우리 회사도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의 회사는 정말 변화의 의지를 가지고 있고, 필요한 기술, 도구 및 교육에 어떻게 투자할 의향과 능력이 있는지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는 비즈니스 성과를 뒷받침하는 전략이며 직원경험을 증진시켜주는 도구이다. HR에서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구축을 간과하고, 구성원에게 애자일을 얘기하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말하고, 디지털 전환을 설파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모세가 홍해도 가르지 않고 돌판에 십계명도 보여주지 않았으면 누가 가나안 땅으로 따라나섰을까? 직원들에게 당장 눈앞의 환경에 디지털 심어주지 못하면서 미래와 변화를 약속하기는 어렵다.
(두 교황 이야기로 시작하다 보니, 종교적인 비유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불편하셨다면, 넓은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