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일상은 다채롭다.

[100-002] 다양성과 문화적 경험

뉴질랜드에서의 삶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보다 느리고, 때로는 불편하고, 변화가 적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다름 속에서 특별한 경험들이 피어난다.




낯선 일상의 리듬


뉴질랜드에서 가장 낯선 경험 중 하나는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의 리듬도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식당이나 가게들이 오후 4시면 문을 닫고, 저녁에 다시 열더라도 보통 9시면 영업을 마감한다. 오클랜드 시내에는 늦게까지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이는 뉴질랜드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뉴질랜드에서는 저녁이나 주말에 친구나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함께 술을 마시며 교류하는 문화가 발달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나와 뉴질랜드인, 영국출신인 커플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나의 부모님 세대로, 가족이 아닌 이들과 함께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국적이 다른 세 사람이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것은 처음에는 많은 적응이 필요했다.


다양성이 주는 풍요로움


가끔은 여전히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외국에서 만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란, 낯선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경험은 나를 성장시켰다. 사람들을 배려하고,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같은 국적의 사람들도 서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문화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한 집에 사는 것은 분명 도전적이었다. 하지만 그 다양함은 힘들면서도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여덟 개의 국적, 하나의 식탁


한번은 함께 살고 있는 분들이 친구들을 저녁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과 만나 식사하고 와인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친구들과 나,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분들이 커다란 저녁 식탁에 둘러앉았다.


각자의 일상 이야기, 최근 여행 경험 등을 나누던 중 국적 이야기가 나왔다. 그날 우리 테이블에는 총 8명이 앉아 있었는데, 놀랍게도 우리 모두 국적이 달랐다. 그날의 호스트였던 집주인은 뉴질랜드인과 영국인 부부였고, 나는 한국인, 나머지는 폴란드인과 호주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쩌면 흔한 저녁 초대 자리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역사의 산 증인을 만나다


또 다른 날에는 옆집의 저녁 초대를 받아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미국인 한 분이 한국 전쟁 직후 군인 신분으로 한국에 근무했다며, 내가 알지 못하는 전쟁 직후의 서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휴전에 들어가던 당시 서울은 여전히 전시 상황이었고,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내가 보지도 듣지도 못한 한국의 이야기가 참 신기했다. 그분은 지금의 한국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고, 휴전 직후의 한국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내 조국의 모습을 다른 나라 사람에게 듣는 경험은 낯설면서도 특별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팟럭(Potluck)의 문화


뉴질랜드에는 '팟럭(Potluck)'이라는 문화가 있다. 저녁 혹은 점심 초대를 할 때 각자 한 가지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눠 먹는 문화다. 친구가 오늘 저녁 팟럭이라고 초대하면, 내가 잘하는 음식 한 가지를 준비해 가져가면 된다. 사람이 많을수록 음식의 가짓수도 많아지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좋은 문화다. 또한 호스트가 모든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어, 사람들이 부담 없이 모임을 열 수 있게 한다.

한국의 초대 문화도 이런 식으로 부담을 나눈다면, 더 자주 가족이나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성이 주는 선물


다양한 생각과 경험,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외국 생활에서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다. 한국에서만 생활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내 세계관을 넓혀준다.


처음에는 심심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뉴질랜드에서의 일상이, 이제는 다양성과 새로운 만남이 가득한 풍요로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느림의 미학 속에서 발견하는 이 특별한 교류의 순간들이, 내 삶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백일백장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