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언니의 고백
직장 생활을 15년 정도 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결혼 전에 다녔던 회사는 퇴사하는 날까지 온몸을 불사 질렀다. 처음에 일을 배울 때는 경력 쌓기용으로 시작했다. 배우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재미를 느껴 한 회사에서만 8년을 있었다. 비록 월급은 작았지만 다니는 동안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빡세게 배우고 일했던지라 다음 직장을 구할 때 학력은 남들보다 낮을지 몰라도 실력은 인정받았다. 그래서 쉽게 이직을 하기도 했다.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망했지만 말이다. 이곳에서 했던 일들과 부도로 인한 퇴사와 임금 문제로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밀린 급여를 받아냈던 경험들이 그다음 직장에서 일하는 데 유용했다.
한때는 내가 생각했던 직장 생활이 아니라서 실망했었고, 부당한 일이 투성이라 생각해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웠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고 싶은 말, 해야 되는 말을 하고 살았지만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나만 생각했던 시간들도 분명 존재했다.
‘내 일 아니니깐 굳이 상관하지 않아도 돼.’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먼저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면에서는 간섭하지 않는 편한 선배였지만 무관심 같은 행동들이 편하지만 않은 선배이기도 했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고, 내가 속한 회사나 단체가 특별한 이유 없이 변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갇혀 묵인한다면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바뀌는 것 없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세월이 지나 돌아보니 어느새 나도 고인물이 되었고, ‘나 때는 이랬어’라며 설교를 하는 꼰대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릴 적 동경하고 좋아했던 연예인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었고, ‘나 때는 말이야’ 말을 연신하는 꼰대스러움을 장착하기도 했다.
결혼 후 시부모님의 건강 상 문제로 여러 번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이후 자주 이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을 하거나 계약직으로 일을 하기도 했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결국엔 경력이 단절이 되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방과 후 수업을 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을 했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해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혹시나 시간이 맞으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찾아봤지만 아이가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없었다. 여자들이 결혼 후 경력 단절이 되는 이유는 단순히 결혼을 해서가 아니고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서 탄력적으로 시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제 보다 오늘이 나은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공부를 하던 직장에 다니던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어떠한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소속감 때문에 나 자신을 잊고 살기도 한다. ‘우리는 가족 같은 회사야’ ‘회사일을 내일처럼 생각하고 일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무리한 요구들을 한다. 속으로 내가 주인이 아닌데 왜 자꾸 주인장처럼 행동하라고 하는지 답답해라고 욕을 해대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더 숨이 막히기도 한다.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가수 양희은 씨가 자주 하는 말 “그러 라그래.”라고 던지며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지만 나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참을 필요는 없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같으면 나와 맞는 회사를 찾으면 된다.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100세임에도 활발히 경제 활동을 하는 김형석 교수처럼 사는 인생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꽃길만 걷자
그런 말은 난 못 해
좋은 것만 보자
그런 말도 난 못 해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란 말
더는 아프지도 않을 거란 말
그런 말 난 못해
그런 거짓말 못해
(중략)
괜찮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서로 손을 잡고 웃어
그래도 좋은 날이 앞으로 많기를
내 말을 믿는다면 하나 둘 셋
믿는다면 하나 둘 셋
그래도 좋은 날이 훨씬 더 많기를
내 말을 믿는다면 하나 둘 셋
믿는다면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면 모든 것이 바뀌길
더 좋은 날을 위해
우리가 함께이기에
by 방탄소년단 둘!셋! 노래 가사
방탄소년단의 노래 둘! 셋!(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노래 가사처럼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지만 좋은 날이 훨씬 더 많기를 기원한다.
지금까지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부터 결국 꼰대가 되어 버린 나를 반성하며 글을 썼다. 처음 시작은 친구와의 대화에서부터였지만 쓰면서 또 다른 나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꼰대 언니의 옛날 옛적에 동화 같은 이야기이고, 고발 같은 이야기지만 한 사람의 고백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직장에서 새로워진 모습으로 걸어 나가는 나를 발견하기를 기대해본다. 모든 이들에게 선물 같은 날들이 많아지기를 별에게 기도해본다. 아프지 않고 웃는 날이 더 많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