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버리는 남편에게 화를 냈다

by 청아

오늘도 집안 물건을 포함한 아이들 장난감을 버리는 남편과 한바탕 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 목욕을 시키려는데 갑자기 아이들 장난감을 버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앞 베란다에 정리를 해두었는데 쌍둥이의 장난감이다 보니 많아졌고 하나씩 정리를 한다고는 했지만 많이 정리는 못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정리를 한다고는 했지만 정리가 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그것을 모르지 않을 사람이다. 심지어 본인도 장난감을 이것저것 가지고온다. 다 멀쩡한 것들이고, 아이들이 가지고 논다. 그렇기에 더 쌓여간다. 남편이 가져온 것들도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하면 버리거나 하면 된다고 하지만아이들 때문에 쉽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런데도 한 번씩 나의 화를 돋운다.


아이들의 짐이 쌓여가니 집안이 깨끗하지 않기에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 그런 부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잘 때 ‘아이들도 잘 가지고 놀지 않는 것 같고 짐도 너무 많은 것 같으니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을 했다면 수긍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평소에 집안일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본인이 갑자기 보기 싫은 부분이 생기면 그때 물어보지도 않고 마구 정리를 해 버린다. 정리를 한다기보다 버린다. 밑도 끝도 없이 행동을 하기에 기분이 나쁜 것이다.

나도 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장난감을 모두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4살 아이들은 하나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다음에는 가지고 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아예 가지고 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가지고 논다. 그것을 알기에 1~2개월 가지고 놀지 않는다고 바로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매달 교구를 받아온다. 쌍둥이이다 보니 같은 장난감과 책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쌓이게 되는 것이다. 어떨 때는 바로 정리를 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자주 가지고 놀게 되면 정리가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에게 말을 했지만 “그럼, 하나 가지고 오면 하나를 버려. 그게 왜 어렵다는 거야.”라고 말을 한다. “장난감 하나 없다고 우리 집에 가지고 놀게 없는 것도 아니잖아. 왜 안 버리는 거야.”

남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평수가 큰 집도 아니고 깔끔하게 살려면 어느 정도는 버려야 한다. 그래야 공간이 나오기 때문이다. 남편의 눈에는 자신의 물건이 아닌 다른 것들은 그저 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더 기분이 나빠 화를 내는 것이다. 오히려 반발심에 정리를 더 안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를 집에서 집안 정리도 제대로 안 하고 사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화가 더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인은 회사일 때문에 바쁘겠지만 집에 있는 나도 하루 일과가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챙겨서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일주일에 3~4일은 오전에 언어 수업 때문에 데리고 다녀야 한다. 수업 끝나고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집에 오면 12시가 넘고, 점심을 챙겨 먹고 나서 집안일을 하기 시작한다. 이불 정리부터 빨래까지. 혹시 장을 볼 게 있으면 마트도 다녀와야 한다. 아이들이 하원할 때가 되면 픽업을 하러 가야 하고, 저녁 자기 전까지 장난감 등을 가지고 놀며 어질러놓기에 청소는 무의미할 때가 많다. 밤 10시 넘어 아이들이 잠이 들면 다시 책이며 장난감을 대충 정리해 놓는다. 남편은 완벽하게 깔끔한 집안을 원할지 모르지만 평소에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심지어 화장실 청소조차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주말에 잠깐 요리를 한다. 그것도 아이들을 먹이는 목적이 아닌 본인을 위해서다. 내가 피곤해 미처 일어나지 못하는 날에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면 좋겠지만 전혀 하지 않는다. 어떤 날에는 본인만 쏙 먹을 때도 있다. 주말에 요리를 하니 설거지 정도까지 할 만도 하지만 정리는 모두 내 몫이다.


남편은 회사 마치고 집에 오면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고 있다. 요즘 보통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만 특히 심하다. 주말에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오전 1~2시간 정도이며 나머지는 일을 할 때도 있지만 핸드폰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게임 채널 및 유튜브를 보느라 바쁘다.

그러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청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의 기준에서 집안 물건들을 정리를 해 버린다. 본인 물건 외의 것을 말이다. 평소에 집안일을 같이 해주면 좋겠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가 그것도 본인 마음이 땡 길 때 행동을 한다. 그런 행동을 누가 좋아할까? 내 입장에서는 신경을 안 쓸 거면 아예 쓰지 말던 가 아니면 평소에도 조금씩 이야기를 하면서 도와주던가 하면 될 텐데, 항상 이렇게 돌발 행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볼 때는 나에게는 일종의 영역 침범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할 때 남편은 아이들도 잘 키우고 집안일도 완벽하게 했으면 하는 것 같다. 본인도 깔끔하지 않은 성격이다. 자신이 있었던 주변에는 쓰레기들도 그대로 놔두는 경우들도 많다. 그것을 아무 말없이 뒷정리를 그동안 해왔는데 그런 일들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아이들의 장난감을 거실로 던지며 “다 갖다 버려. 네가 원하는 데로 다 갖다 버리면 되겠네.” 말을 했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보란 듯이 “갖다 버려. 그냥 정리만 해. 지금 있는 거 갖다 버리고 새것으로 다 사도 돼. 2백만 원 3백만 원 들어도 상관없어.” 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더 화가 났다. 그런 나를 아이들이 고스란히 보며 장난감을 다 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을 보니 속상하기도 했고, 나 자신이 보잘것없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남편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었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정리를 하겠다고 하고 일단락을 했다. 그냥 수긍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속상했지만 더이상 아이들 앞에서 큰소리로 싸우면 안될 것 같았다.


현재 우리는 아이를 가지고부터 남편이 외벌이를 하고 있다. 본인이 가장으로써 나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우리의 유일한 경제수단이기도 하기에 참고 있을 것이다. 자신은 돈을 벌고 있고, 나는 벌지 않고 집안일과 육아 전담을 하고 있지만 경제 활동이 없기에 내가 하는 일은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은근히 생색을 내기도 한다. 처음엔 내가 경제 활동을 하지 않기에 숨죽여 참았었다. 하지만 그런 행태를 계속 보이는 남편 때문에 요즘 나는 이를 갈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경제 활동을 꼭 할 테다. 남편으로부터 경제적 자유를 하고 말 테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공부를 하고 있다. 남편 모르게 책을 읽으며 나를 다독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내일부터 보란 듯이 집안을 정리를 할 것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고, 새로 구입을 할 것은 살 것이다. 이전까지는 먹거리 외에는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돈을 썼는데 이제부터는 그냥 쓸 것이다. 남편 말대로 ‘모두 다 버리고, 새로 사.’를 실천을 할 것이다.

남편의 등이 터지든 말든 상관 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해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눈치를 보면서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나중에 남편은 자신이 그렇게 말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원하는 대로 정리가 된 집안을 구현해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육아와 집안일만 하는데 살도 못 빼는 한심한 사람으로 보는 것도 있는 것 같아 올해가 가기 전에 다이어트에도 도전할 것이다. '두고봐!' 심정이 발동 하는 것 같다. 속상한 마음을 글을 쓰며 삭히고 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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