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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Oct 30. 2022

나의 도피처

사람은 불안하면 어떤 것도 피하려고 한다. 아예 몸을 피하여 도망을 가기도 한다.

몸을 피하지 않지만 생각이나 행동에서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서 회피하며 소극적이며 퇴폐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예전의 나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쌍둥이들의 엄마이기에 오직 자신만 생각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렇기에 몸이 아닌 정신으로 승리를 이루어야 한다. 아마도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그럴 것 같다.


어디에도 도망을 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30대에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소소하게 나에게 선물을 주는 것으로 풀었는데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결국에는 남는 것이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허전했는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내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출처: 픽사베이

또 다른 방법으로 내가 찾은 것은 책이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육퇴(육아 퇴근)를 하고 조용히 작은 방으로 들어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목적이 있어서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힘든 하루를 힘들었다고 마침표를 찍고 지나갈 수 없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한 글자도 눈에 읽히지 않았다. 한 페이지조차 넘기지 못하고 한 줄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멍하니 시간만 보내다 책을 덮고는 했었다. 그래도 매일 밤 책을 펼쳤다. 일주일 정도 그 행동을 하고 나니 드디어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평소에도 책을 좋아했었지만 한동안 읽지 못하고 있다 책을 들었지만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나의 상태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만큼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이기도 했었다. 책을 읽지도 못했지만 사각거리며 책장을 넘기는 소리, 종이책의 특유의 냄새가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했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이 들어 그 행위에서 위안을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힘들었을 때 도망갈 수 있었던 도피처로 여겼다.


그 시절에 읽게 된  <당신을 믿어요> 김윤나 작가의 책이었다. 사람들의 상처에 대해 코치를 할 때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당신을 믿어요. 저의 목표는 내가 당신을 믿는 것보다 당신이 스스로를 더 믿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내 인생, 방치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사라 윌슨의 책에는 불안함에 대해서 말하는데, 끈질긴 불안과 이를 자각하는 버릇이 하루하루 크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가 불안에 사로잡히는 의미와 이유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불안을 아름다운 감성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고 한다.      


살면서 불안함이 없을 수 없다. 어떤 위험들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함이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기도 한다.      


“상처와 함께 자라다 보면 알게 됩니다.

내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들을

이미 해내고 있다는 것을요. 살아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 <당신을 믿어요 내용 중에서>     


예전에는 에세이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각자의 삶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본다고 해서 공감이 될까? 오히려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하고 읽지 않았다. 산후우울증과 함께 우울감이 나를 덮쳐 어두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한 권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아!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때의 고통에서 어떤 방식으로 벗어났는지 갑자기 알고 싶어졌다. 물론 그것을 안다고 해서 나에게 바로 적용을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위로를 주제로 한 에세이 책들을 보면서 느꼈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에서 위로와 안도감을 느끼는구나. 를 말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내가 위로받는구나.

이 작은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나를 살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로 나는 책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봐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영화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찰리 채플린이 한 명언이 있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남들은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형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고는 한다. 우리는 그 사람의 깊은 내면의 모습을 보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만 볼뿐이다. 누구나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부족한 면을 책을 통해서 채워 멀지 않은 미래에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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