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울 때 나는 함박웃음이 난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순간부터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회사를 잘 다니기 위해 생존적 공부를 할 뿐이다. 나는 서른 살까지 그저 무덤덤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호기심도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훅 들어왔다. 결혼을 기점으로 이직을 한 후 건강에 무리가 왔었다. 15년 동안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자주 했었고, 마감을 해야 할 때면 일거리를 집에까지 가지고 와서 새벽까지 일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막연히 마흔쯤 되면 체력이 되지 않아 일을 오래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떤 것을 배워둘까 고민을 했고, 서른다섯부터 본격적으로 자격증을 하나씩 따기 시작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흔이 되기 전부터 마흔 이후의 삶을 다시 설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아쉽게도 뭐라도 실현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경력 단절이 되고 비로소 일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만으로 삶에 활력이 생긴다. 배웠던 것을 꼭 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흔이라서 그런 걸까. 기존의 것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하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해봄으로써 나에게 무한한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뭐라도 배웠으니 생산적인 일을 해야지 했는데 그런 기회를 얻기도 힘들었고, 그럴 수 있는 현실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슬금슬금 무언가를 배우지만 거기까지에서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아서 우울했었다. 그러다 김미경 강사님의 어느 강의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은 잠룡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구슬을 만들고 있는 것일 테니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이라도 하면 나중에 분명 기회가 올 거라고. 그래서 나는 현재 전업주부로서 쌍둥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도 다 재산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흔이 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고 있다.
정여울 작가의 <마흔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삶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이 있다.
삶은 한 번 뿐이지만,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매일매일 있다고, 삶이 한 번 뿐이라고 해서 선택조차 한 번 뿐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오늘의 선택이 틀렸다면, 내일 용기를 내서 그 선택을 바꿀 수 있는 힘 또한 너 자신에게 있다고. 정여울 작가는 오늘도 가르치며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치는 삶, 낮에는 배우고 저녁에는 가르치며 밤에는 글을 쓰는 삶을 꿈꾸며 ‘아직 한참 모자란 나’를 예전보다 더 깊이, 더 따뜻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책 내용 인용>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삶을 더 풍성하게 잘 살기 위해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들을 익히고,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마흔 이후부터는 평생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 일단 뭐라도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