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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Apr 26. 2023

뜻하지 않은 위로의 말

쌍둥이들이 유치원을 적응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힘든 것 같아요. 아이들도 그렇지만 엄마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놓고 잘 적응하는지 걱정이 되는 것 같고, 다른 아이들과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것도 걱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남매 둥이들은 유치원으로 가면서부터 언어치료 수업 시간 변경을 해야 했습니다. 기관에서 오전 시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선생님들의 판단이 있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기관 생활을 참여할 수 있도록 바꾸고 나니 덩달아 엄마도 바빠집니다. 두 아이들을 한꺼번에 픽업하고 언어 재활사 선생님들과 상담을 할 수 없기에 한 명씩 해야 합니다. 아이당 이틀을 치료해야 하기에 주 3일에서 4일을 아이들을 치료수업 시간에 맞추어 픽업을 해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거죠. 1년 넘게 치료를 해오고 있는데 딸은 점차적으로 진전이 뚜렷하게 보이는데 아들은 진전이 보이다가도 다른 문제들이 발생을 하기도 해서 치료가 언제 끝날지 아직은 장담을 할 수 없기도 합니다.


새로운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아들에게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딸과 같이 등원을 하니깐 두려움과 불안이 크지 않지만 친구들을 사귀는 과정에서 어린이집에 다녔을 때와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서 새롭게 적응을 해야 하고, 상황들에 대처를 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을 한 것이죠. 아들은 여자아이들이든 남자아이들은 두루두루 같이 놀고 싶은데 지금의 유치원에서는 여자아이들이 놀이하는데 끼워주지 않는 경우들이 발생을 하고, 반가움의 표시를 포옹으로 했는데 상대방의 아이가 불편해한다던지, 놀이에 끼워주지 않으니깐 심술을 부리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하게 행동을 할 수 있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딸은 조심성이 있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접할 때 두려움이 있기에 서서히 다가가는 편인데, 아들은 그런 것이 없이 필터링이 없는 상태에서 훅! 다가가는 경우들이 있어서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반에 있는 아이들의 성별이 여자아이가 더 많기에 행동반경이 큰 아들에게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죠. 하나씩 나름대로 알려주고는 있지만 엄마의 피드백은 그저 제재에 불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언어치료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의 유치원 버스를 타기 위해 나갔고 같은 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들이 편안해하고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2주 동안 지내면서 불편함이 있었는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는데 '하지 마', '오지 마'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좀 불편하게 했겠구나. 유치원 담임 선생님에게 저희 아들과 여자친구를 조금 거리를 둘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날 오후, 선생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엄마가 먼저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선생님이 당황을 하더군요.

내가 너무 일찍 분리를 해달라고 했나? 싶었지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죠. 아이가 어떠한 문제도 없이 잘 지냈으면 하지만 어떻게 매일 잘 지낼 수 있겠습니까. 어른도 못하는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이에게 친구가 불편해하면 하지 않는 거야. 먼저 포옹을 하지 말고 말부터 하자. '친구야, 반가워.' '친구야, 같이 놀자.'등을 알려주었습니다. 하루 이틀 말을 한다고 아이 행동에 변화가 있지는 않죠.

아들의 언어치료 수업을 가기 위해 유치원으로 갔는데 아이가 준비하는 동안 잠깐 원장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유치원 선생님에게 요청했던 일들과 아이들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아이도 그렇지만 어머님은 괜찮으시죠?" 하는 거였습니다. 괜찮다고 말을 했습니다.

원장 선생님 왈, "어머님은 지금 어머님의 아이를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고,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시네요. 걱정이 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 아들이 친구들에게 거절에 대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지만 크고 있다는 것이니깐요. 하지만 어머님도 마음이 아프셨을 것 같아요. 아이가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서 배우는 과정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이 말에 왜 눈물이 찔끔 났을까요? 생각을 해보니 우리 아이가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죠. 나의 아이로 인하여 다른 아이가 불편해하거나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니 더 걱정이 되었던 거죠.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단순히 아이들과 놀고 싶었어. 나는 그 친구가 좋아. 였는데 말이죠.


뜻하지 않은 위로의 말을 들으니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엄마가 처음인 나도 잘하고 있는 중이고, 나의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해나가고 있으니 다 괜찮을 거야.

중년의 엄마는 요즘 자꾸 눈물이 많아져서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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