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하다
아이를 품에 안았던 순간은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산후우울증은 나를 낯설고 어두운 감정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무리 애써도 그 어둠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엔 풀리지 않는 매듭이 계속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손에 든 그림책 한 권이 내 삶의 작은 전환점이 되었다. 아이를 위해 골랐던 책이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이야기는 마치 나를 위한 것이었다. 짧은 문장, 단순한 그림, 하지만 그 안에는 내가 잊고 있던 감정들과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어딘가에서 굳게 묶여 있던 마음의 매듭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위해서 그림책을 구입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많다. 나에게 그림책은 그저 아이들이 보는 책이 아닌 마음을 여는 매개체가 되어 있었다.
그림책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의 너는 어떤 모습이니?" 그리고 "너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니?" 나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림책은 그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내면의 소통을 돕는 거울이자 쉼표였다.
이후로 나는 그림책과 함께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 여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면과의 대화는 거창하거나 복잡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단순하고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가 마음을 어루만지고, 잊고 있던 나를 만나게 해 주었다는 것을.
이 글은 산후우울증이라는 고비 속에서 그림책을 통해 나를 다시 발견했던 경험을 담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당신도, 한 권의 그림책 속에서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