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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Jun 20. 2020

시장 떡볶이 한 접시

오일장만 되면 엄마를 따라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장을 보는 엄마의 손을 조금은 덜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 나를 기특하게 여겨 시장에 있는 각종 간식들을 사주셨다.

튀긴 찹쌀떡, 시큼한 술내음이 나는 옥수수빵, 쪄낸 달콤한 옥수수 등을 먹었다. 시장 순대도 많이 먹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떡볶이이다. 이상하게 엄마는 떡볶이를 사주지 않았다. 이유는 노점에서 파는 거였다. 사람들이 들끓고, 먼지가 수북이 날리는 곳에서 가게 안이 아닌 노점에서 판다는 거다. 그게 뭐 대수랴. 학교 앞 문방구에서 각종 불량식품을 얼마나 먹었는데 말이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떡볶이를 보니 더욱 먹고 싶어 졌다.

조르고 졸라 몇 군데 떡볶이집을 선별하여 한 곳, 지붕이 있고 밖이 아닌 테이블이 있는 그런 곳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말했다.

“엄마, 여기도 노점 떡볶이집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여기는 가게 안이잖아. 지붕도 있고, 가게 문도 있어.”

“그런데 엄마, 떡볶이는 가게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잖아.”

그렇다. 이 떡볶이 가게는 만드는 곳은 가게 밖에 있고, 먹는 곳만 안쪽에 위치해있는 구조였다. 시장에서 음식을 팔기 위해서는 먼저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게 안에서 먹잖아. 괜찮아.”

엄마의 논리는 이상했지만 처음으로 떡볶이를 엄마와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가끔 예쁘게 차려진 떡볶이가 아닌 투박하고 달큼하면서 매콤한 시장 떡볶이가 생각이 난다. 우리의 소박한 간식이자, 추억이며 소울푸드가 아닌가 싶다.


작가의 이전글 첫 느낌, 글 쓰는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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