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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Jul 01. 2020

경단녀의 재취업 분투기

아직 구직 중입니다

한국의 여성들은 결혼과 동시에 이직을 먼저 권하기도 하고, 은근히 눈치를 주기도 한다.

보통의 여성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면 직장 상사들은 생각한다. ‘언제 그만두지?’

우리네의 부모 세대는 혼자서 일을 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홀벌이를 해도 충분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홀벌이로는 힘들죠. 그렇기에 맞벌이를 원하기도 하는데 왜 유독 여성들에게 결혼과 일의 병행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통계청에서 여성 경력단절에 대한 규모에 대한 수치가 나와있다.


출처: 통계청 여성 경력단절 규모

○ ‘19년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884만 4천 명 중 경력단절 여성은 169만 9천 명으로 19.2%를 차지한다.
   - 경력단절 여성은 30대가 80만 6천 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40대(63만 4천 명), 50~54세(14만 2천 명), 15~29세(11만 8천 명) 순이다.


○ 비취업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 비중은 30대가 70.1%로 가장 높고, 다음은 15~29세가 56.6%, 40대가 47.0%, 50~54세가 21.5% 순이다.


2014년 조사부터 경력단절 여성 범위에 '가족 돌봄'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출처: 통계청

이렇게 수치만 보아도 인력 낭비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도 잠깐 1~2년의 휴식기를 거쳐도 재취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일의 흐름이 빠른 직종이라면 재취업을 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지 않은 직종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결혼 초기에 재취업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닐 때였다. 서류에서는 합격을 했는데 면접에서 번번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었다. 그때 질문이 '결혼을 했으면 아이는 언제 낳을 건가요?'였다. 처음엔 아직 계획하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하니 그러면 금방 아이를 가질 수도 있겠다고 말을 하였고 그 후 불합격이었다. 이후에는 계획이 있어도 없어도 무조건 없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니 합격 통지를 받았었다.

나는 회계일을 했었기 때문에 결혼 유무와는 상관없이 취업을 할 수도 있으나 야근이 잦은 업종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체력의 한계로 옆으로 살짝 밀어 두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으나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회계 쪽에서는 그런 말이 있다. '우리는 어디 못가. 사람들이 써주지도 않고 결국엔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어.'

나는 이 말에 보기 좋게 다른 일을 하겠노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갔었다.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다시 퇴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꼭 다른 일을 찾아보겠노라 다짐했다.


2019년 방영한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자신의 경력을 없애고 취업한 회사에서 그 사실을 알자 해고조치를 하려고 하자 편집장(이종석) 차은호는 아는 선배에게 강단이(이나영)의 이력서를 보여주지만 서류를 보자 하는 말이 "경력단절 여자잖아. 이 사람 취업 못해. 경력자이고 나이도 있는데 신입처럼 부려먹을 거야? 아님 팀장을 줄 거야? 취업을 한다고 해도 적응 못하고 금방 그만둘 거야."

이 드라마가 2019년도에 나왔으니 아직도 우리는 갈 길이 멀다.


예전부터 사회복지 쪽에 관심이 있었고,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이 쪽 일을 해보려고 심리상담사와 함께 자격증을 땄었고, 다문화 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일을 하기 위해 문학사 학위 및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자격증 만으로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쪽에는 특히 초보자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을 맡겨 놓고 신경을 안 써야 하는데 초보자는 처음부터 봐줘야 하니 누가 좋아하겠나.

공예 쪽으로도 자격증을 따면서 손재주가 없지만  '똥 손도 금손이 될 수 있다'라는 의미로 열심히 익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이었다. 나름의 콘셉트를 잡고 하면 뭐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강사일도 초보자에게는 높은 벽이었다. 초보 강사에게 일거리가 잘 들어올 리가 없다. 처음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 명씩 있어 기대를 했었지만 중간에 무산되는 일이 많아지자 자신감이 점차 떨어졌다.


2019년 4월 출산을 하고 난 후 더욱 재취업을 할 기회가 없어졌다. 친분이 있는 회계사님도 처음엔 아이를 낳고 같이 일해보자고 했었지만 육아를 해야 하는 엄마에 아이들도 어려서 업무에 집중을 못할 거라 생각을 하더라.

아이들이 돌이 지나면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19로 인하여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니 아직은 시기상조인가 싶은 생각이다.

하루 종일 육아에만 매달려있는 것이 엄마의 삶이지만 그것만으로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지금의 난 경력단절 여성들 속에 있고, 통계청 수치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여전히 아직도 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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