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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Sep 10. 2020

나에게 한 선물 유효시간은 고작 1분

TV홈쇼핑에서 명절 때가 되면 “힘들었던 나에게 선물해주세요. 상품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에 혹해서 물건을 사신 적이 있으시죠. 저도 TV를 틀어보다 우연히 보게 된 상품으로 눈길이 멈춘 후 쇼핑호스트의 말에 혹해서 전화기를 들었던 적이 많다. 나는 쇼핑 중에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한다.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버릴 때도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상품에 작은 흠집이 나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물건의 가격이 비싼 거라면 작은 흠집에도 신경이 쓰여 반품 교환을 할 테지만 내가 사는 물건은 저렴하기 때문에 관대할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인터넷 쇼핑, 홈쇼핑은 한눈에 유행하는 패턴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좋아하기도 한다. 20대, 30대를 거쳐 40대가 되면서 옷의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점점 기본 스타일의 고르게 된다. 기본 스타일이란 누가 봐도 무난하고, 튀지 않으며 연령대를 뛰어넘어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주로 무채색 옷들을 입었는데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색이 하나씩 들어간다. 흰색에 팔이나 목 쪽으로 약간 줄무늬 포인트가 들어가거나 튀지 않는 와펜들이 붙어있는 것에서 조금씩 과감해지다가 30대 후반부터 노란색, 빨간색 등의 원피스를 사게 되었다. 줄무늬, 체크무늬 등으로 옷감의 패턴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분이 좋으면 기본 패턴의 옷을 사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색감이 진한 옷들을 사게 되었다. 홈쇼핑에서는 귀여운 T를 보통 5장에서 6장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이런 옷을 사면 일주일이 즐겁다.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인 것이다.


홈쇼핑에서 자주 구입하는 것 중 하나는 화장품이다. 기본 화장품도 있지만 사은품으로 주는 추가 화장품들에 훅하고 마음이 가서 구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초 화장품은 필요에 의해서 구입을 하지만 색조 화장품은 필요에 의해서도 있지만 충동구매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렇게 구매를 했다 화장품 유통기한을 넘겨 버리는 일이 많아졌었다.


나는 이렇게 그날의 기분에 따라 충동구매로 물건을 구입하는 일이 많았었다. 그렇게 기분 전환용으로 구입을 하고 상품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린다. 빨리 받으면 1-2일 만에 받을 때도 있고, 길어지면 일주일도 걸린다. 택배로 물건이 오면 실물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래서 박스 개봉에도 마음이 설렌다. 내가 컴퓨터에서 봤던 것이 맞을까? 화면처럼 색감을 느낄 수 있을까? 내 몸에, 내 피부에 맞을까? 등을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물건의 실물을 접하고 입고, 샘플로 발라보고 하고 나면 유흥이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물건을 보고, 결재를 하고, 실물을 접하고 나면 끝이다.


나에게 선물 한 유효기간은 최대 일주일이고, 유효시간은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입어보면 끝이다. 아마도 그 시간이 1분 정도 될 것 같다.


그렇게 구입한 물건들을 꼼꼼히 잘 사용하느냐가 중요한데 화장품은 잘 사용을 하는 편이고, 옷은 잘 사용을 못하는 편이다. 분명 내가 봤을 때는 정말 이뻤는데, 입어보니 모델 같은 핏이 나오지 않아 속상해. 그렇게 되니 옷은 늘어만 가는데 입고 싶은 충동이 사그라져 입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 옷들이 수두룩 빽빽.

옷장에 들어갔다 다음 시즌에 나오면 유행이 지나가 입을 수 없거나 그 사이 몸매(몸무게 변동)가 변하여 입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자 옷들은 매 시즌마다 쏟아져 나오지 않나. 집에 옷장이 넘쳐나도 ‘이 정도는 괜찮아’ ‘이번에 힘들었으니 선물 하나 정도는 해야지. 나에게.’ 라며 애써 위로를 하게 된다.

그러다 1년. 2년이 지나고 옷을 정리하다 보면 한번 정도밖에 입지 않았는데 이제는 입을 수 없어. 이제는 나이가 들어 어울리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버린 옷들이 쌀포대 20kg짜리 양 두세 포대 정도 되는 것 같다. 물건들을 버릴 때마다 생각한다. ‘제발, 필요한 것만 사자,’

하지만 매번 같은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1년 전 출산을 하고 나서 불어난 몸 때문에 어떤 것도 어울리지 않았고, 끌어안고 있어 봐야 물건들에 깔려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나씩 정리를 하고 있다. 물건들을 한꺼번에 몽땅 처리를 할 수 없어 조금씩 하고 있는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들을 했었나 반성하게 되었다. 지난 3년간 기분 전환용이라며 위로하며 클릭질을 했던 시간들을 후회한다. 그때만큼은 정말 기분 전환을 한 것이었지만 그 시간을 온전히 기쁘게 누렸던 시간은 고작 1분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결국엔 그 물건들에 숨이 막혀 질식사하기 직전에 겨우 눈을 뜨게 되었다. 불필요하게 그동안 쇼핑을 했었구나. 그래서 매일 종이 한 장이라도 버리면서 다짐하고 있다. 정말 필요할 때만 물건을 구입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바로 정리를 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동안 쇼핑으로 기분전환을 한 것을 하루아침에 끊어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눈팅(눈으로만 바라보기)을 한다. 충동구매의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참는다. 마냥 이것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리라. 나의 마음을, 기분을 해소해줄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책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다독이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은 예스 24에 적은 글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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