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분에 따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저는 원래부터 주변 환경에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주변에 예민하니 나만 피곤한 경우들이 생기기 시작하자 일부러라도 신경을 쓰지 않기로 단련이 되었던 것뿐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할 무렵 동네에 새 학교가 생겨 주변 초등학교에서 새로 생긴 학교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 원래 배정받기로 했던 곳이 아닌 새로 생긴 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집주소를 따져서 진학하는 학교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저희 집은 친구들이 가는 학교와 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으로 배정을 받은 것이죠. 그때는 친구들과 떨어진다는 것 때문에 싫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는데 설상가상으로 학교 내에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죠. 당황스럽기도 했었습니다.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타입인데 학교 적응하는데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그러다 고등학교도 본의 아니게 친한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게 되어 아는 사람 없이 적응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더랬습니다.
지나온 일들을 토대로 후천적으로 예민하게 변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랬던 제가 결혼 후 특별히 시댁 식구, 남편과의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며느리인 입장에서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자잘한 트러블들은 있죠. 누구나 그럴 겁니다.
결혼 11년 만에 쌍둥이를 출산했지만 그동안 임신에 대한 압박이 있었고요. 대놓고 압박이 아니지만 은근히 그런 분위기 조성이 된 것도 있었습니다. 심하게 스트레스를 주시지는 않으셨지만 자신의 아들에게는 못하시는걸 며느리에게 말씀을 꾸준히 하셨으니깐요.
개인적인 일들이 있었고, 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되면 마냥 좋을 것만 같았는데 또 다른 나와 싸워야 하는 문제가 생기더군요. 그리고 산후우울증도 찾아오니 아이들보다는 나를 먼저 돌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예민하게 되니 아이들에게 짜증도 많이 내게 되더이다. 어느 날은 말없이 베란다에서 하늘을 쳐다봤는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작은 몸집으로 엄마 옆에 같이 있어주는 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보며 힘을 냈지만 쌍둥이 육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순간들이 밀려왔습니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조용히 방구석에 앉아있는데 첫째가 다가왔습니다. 그러곤 제 무릎 사이로 들어와 불쑥 얼굴을 들이민 후 활짝 웃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둘째와 열심히 놀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아이가 재미로 한 행동인 줄 알았는데 그 후로도 제가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거나 하면 이 같은 행동을 몇 번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아이가 행동하는 것에 저의 얼굴이 어떠한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도 엄마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던 걸까요?
본능적으로 엄마의 현재 상태를 나름의 방법으로 확인을 하는 것일 테죠. 엄마인 저도 자꾸만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 수시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이들이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인지 왠지 착잡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나를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