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터치(touch)가 무서워진 요즘

산책길에서 있었던 일

by 청아

3주 정도 친정집에 있다 올라오기 전 시댁에 하루를 보냈습니다. 친정에 있을 때 아이들이 거의 하루에 한 번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시댁에 하루 있을 동안 아이들이 특별히 놀거리가 없어서 그랬는지 보챔이 있어 잠시 동네를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시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부산은 경사진 동네가 많은데요. 시댁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작은 공원으로 가기 위해서 아이들을 안고 가야 합니다. 제가 혼자서 두 아이를 감당할 수 없기에 남편과 함께 갔습니다.


작은 공원이지만 아이들에겐 한 없이 넓고 길고 긴 공간이겠죠.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니 동네 할머님들, 어머님들이 햇볕을 받으러 잠시 운동을 하러 나오셨더라고요. 지나가는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보고

“어머! 쌍둥이예요?” 라며 한 마디씩 건네고 가셨습니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시니 애들도 아는 것인지 자꾸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손쓸 시간도 없이 말이죠. 그 자리에서 “안돼!”라고 할 수도 없고요.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이쁘시다고 살짝살짝 터치를 하시는데 제 마음은 불안함이 가득했습니다. 그렇다고 곧바로 아이들을 강제로 끌어당기는 것도 눈치가 보였습니다. 그 행동을 하게 되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바이러스 덩어리도 아닐 테고 호들갑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은 마스크, 모자, 장갑까지 완전 무장하고 나오셨는데 저의 작은 행동이 자칫 불쾌감을 불러올 수도 있기에 혼자서만 마음이 불편했어요.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그 자리를 떴고,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 자리에 쉬고 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할머니들이 아이들 못 만지게 해야지. 어떤 할머니는 안기도 하더만. 요즘 같은 세상에 말이야.”

지나가면서 속으로 “그러게 말입니다. 알아서 조심해 주셔야 하는데, 아이들을 함부로 만지는 것이 실례인데 모르시나 봐요.” 외쳤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쿨한 척 미소를 띠며 “괜찮아요. 다들 마스크도 쓰셨고, 악의가 있으신 것도 아니니깐.” 말을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그저 귀여운 아기들이니 그러셨을 겁니다. 아이들 만지지 말라고 뿌리치는 행동을 했다면 지나치게 극성맞은 엄마로 보일 수도 있으니 참아야죠.

다행히 서로가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으니 괜찮다고 조용히 마음을 달랬었네요.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아이들은 낮잠을 청했고, 저는 아이들 외투를 당장 세탁할 수 없어 소독제로 다 닦아내었습니다.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을 이제는 다시 봐야 하는 일들이 있어 귀찮지만 해야죠.


불과 1년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사소한 일들이 코로나로 인하여 사소한 일이 아니게 되었죠. 이제는 작은 터치 조차도 조심스러운 날들입니다.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하는 것도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작은 공원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에요.

사람의 작은 터치 조차도 무서워진 요즘,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잘 다닙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떨지 걱정이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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