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모님 찬스
쌍둥이들과 뜨거웠던 여름 8월 중순에 친정 부모님 댁에 내려와 거의 한 달을 지냈더랬습니다.
서로가 멀리 있기에 한번 방문을 하면 적어도 2주일은 보내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바깥 활동은 지극히 제한적이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은 좋은 거니깐요. 제가 친정에 있으면 자연히 남편도 저와 아이들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지낼 수 있으니 좋은 거겠죠. 여름의 끝자락을 뒤로하고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아이들과 저만의 전쟁 같은 하루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쟁 같은 하루들이지만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고, 힘든 시간이기도 하죠. 육아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것들은 뒤로하고 제일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식사시간입니다.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죠. 아이들은 혼자 밥을 먹을 수 없으니 도와줘야 하고 엄마•아빠 식사 시간에는 밥상을 놀이터처럼 흐트러놓죠. 그렇기에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기어 다닐 때는 보행기나 의자에 앉혀놓으면 해결이 어느 정도 되었는데 돌이 지나고 나니 감당을 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서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식탁 위에 아이들 손이 닿지 않게 모든 음식을 놓아두고 되도록 빨리 먹어치우는 거죠. 어떤 날은 장난감이나 둘이서 뭔가 재미나는 것에 꽂혀 있으면 그날은 행운의 날인 거죠. 아마도 3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3개월 후 아이들을 혼자 감당하고 있는 저에게 잠시나마 휴식 아닌 휴식을 주고 싶었나 봐요. 남편이 말이죠. 갑자기 아이들과 친정집에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더라고요. 아이들 내년에 보낼 어린이집 투어 끝나면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마음을 정하기도 전에 부모님들에게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통보를 해놓았더라고요. 급하게 친정집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온 그날 저녁 식사를 친정부모님과 여동생의 도움으로 3개월 만에 엉덩이 붙이고 천천히 음미하며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 아침잠을 1시간 더 잘 수 있게 된 것도 작지만 휴식인 거죠.
처음엔 2주 정도 지내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조금 더 있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19가 심각해진 요즘 불안함은 여전하고 우리 모두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걱정도 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친정에서 조금이나마 육아의 힘듦을 덜어내고 싶은 이기적인 심정이 큰 이기적인 딸이자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