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반성 일기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나
어젯밤부터 서울 경기 지역 외 많은 곳에 폭설이 내렸죠. 아직 아이들이 제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기에 목욕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핑계로 집에 있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베란다에서 “이게 눈이야~” 하며 알려주었죠.
오늘은 눈이 내린 후여서인지 바람도 더욱 매섭고 기온도 더 떨어져 집안에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아침에도 베란다 방범창 위에 소복이 있는 눈을 조금 뭉쳐서 만져보게 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뭔지 몰라서인지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코로나 19는 여전히 기세를 부리고 있고, 날씨 추운 것과 함께 빌미로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커가는 아이들에게는 답답할 것입니다. 보통 가정집에서 장난감, 그림책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아이들에게 전집을 사지도 않습니다. 아직은 제대로 책을 볼 줄을 모르기 때문에 많이 가지고 있는다고 활용을 다 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매일 놀거리가 다양하지 않으니 집안에서 온갖 것을 가지고 놀기도 합니다. 그것이 허용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전적으로 엄마의 마음입니다.
저도 다치는 것이 아니면 냄비, 프라이팬, 주걱 등을 가지고 놀게 합니다.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한다고 재미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동네 문방구에 가서 하나씩 놀거리를 사서 다양하게 해보려고 해도 통제 불가능한 20개월의 아이들에겐 그저 ‘이게 무엇인고?’ 하며 고개만 갸우뚱할 뿐입니다. 엄마의 의도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말도 느린 아이들에게 놀아줄 것도 한계가 있어 뽀로로, 핑크퐁 등의 영상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습니다. 집안일을 할 때 아이들의 방해를 제지하기 위해 이용하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재미가 없으니 보채는 것으로 노선을 바꿨습니다. 한 명의 아이가 그래도 정신이 없는데 둘이서 한꺼번에 보채면서 울어대니 참으려고 해도 좀처럼 참아지지 않습니다. 이어서 저의 고함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웁니다. 두 아이가 번갈아가며 울어대고 제가 보기에는 그저 떼쓰는 것으로 보이기에 짜증이 앞섰습니다. 첫째 아이를 겨우 달랬는데 이번엔 둘째가 그러는데 한순간 이성의 끈을 놓치고 감정만으로 아이를 대했습니다. 울음이 심해지니 엉덩이 맴매를 한 차례 하고 옆에서 우는 아이를 뒤로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내가 또 아이를 때렸어. 감정 괴물에 사로 잡혔어. 이게 아이를 학대하는 거랑 뭐가 달라.’
그 와중에 응가도 한차례 한 상태이니 곱게 대할 수 없었던 거죠.
저도 같이 눈물이 나려 하는데 둘째는 그래도 엄마라고 제 품 안으로 달려오길래 아이를 안아줬습니다. 아이를 안고 저도 같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습니다. 조용히 아이에게 “엄마가 너 다칠까 봐하지 말라는 거야. 그러니 하지 마.” 알아듣지는 못하는 것 같고 그저 제 품 안에서 살포시 웃음 짓는 아이를 보니 감정만으로 대한 것에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아이는 그제야 안정이 되었는지 품 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잠깐의 쪽잠으로 폭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저녁밥과 밤잠을 자기 전까지 크게 웃고 떠들며 놀다 엄마 옆에 꼭 붙어 자고 있습니다.
엄마의 감정으로 아이를 예민하게
만들거나 폭력성이 커질 수 있다
엄마는 항상 자기 조절을 잘해서
아이에게 부정적인 것을 너무 많이
보여주지 말자.
이 마음으로 한낮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엄마인 저도 그저 어리석은 사람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나 자신의 가장 어둡고 들여다 보기 꺼리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마음까지 까발려지는 것 같아 매번 당황스럽습니다.
언제나 평온하고 현명한 엄마이고 싶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단단한 사람으로 나아갔는지 궁금하네요. 오늘도 감정 조절에 실패한 한 엄마의 반성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