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정하다
“회사원의 소원은 퇴~~사!”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 한 회사원들의 묵은 숙원은 퇴사를 꿈꾸죠. 여러 가지 이유로 다니고는 있지만 복권이라도 맞으면 당장 사직서를 던져 버리기를 소망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일을 합니다. 슬프지만 말이죠.
제가 5년 전 회사를 그만둘 때 회사와의 이념이 달랐고, 건강도 안 좋아졌고, 유산이라는 크나큰 슬픔도 있었습니다. 그 후 여러 가지를 배우고 새로운 시도도 해봤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쌍둥이를 출산하고 열심히 육아에 전념을 하고 있습니다. 종종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그만두게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먼저 퇴사를 하고 다른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어느 일보다 어려운 육아를 하고 있지만 말이죠.
남편은 누구나 다니고(?) 싶어 하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퇴사를 하면 다른 회사에서는 써먹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회사만의 프로그램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특별한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동안 적극적으로 퇴사를 반대했습니다.
남편은 식당에 들어가서 배우고 자신의 가게를 내면 어떨까부터 시작해서 이런 거 하면 어떨까? 저런 거 하면 어떨까? 펜션 사업 같은 거 해볼까? 등등으로 고민을 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뚜렷하게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닌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열망이 컸기에 조금 더 생각을 해보라고 했었습니다.
“자기야, 내가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거 시도를 해봤지만 그게 더 어렵더라. 회사를 그만두면 더 많이 스트레스받을 거야. 그러니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고 조금 더 클 때까지 다녀주기를 바랐습니다. 아침 8시쯤에 집에서 나가 일찍 들어오면 밤 9시, 10시였고, 늦으면 11시가 넘을 때가 부지기수였습니다. 결혼 12년 동안 저녁을 같이 먹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깐요.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많았을 테고 지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애써 외면을 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나도 다시 일을 시작할 텐데 그때 퇴사 결정을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이기적인 생각인 것이죠. 그러다 며칠 전 회사에서 희망 퇴직자 모집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퇴직자 대상자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청을 해볼까 한다는 겁니다. 저의 생각이 어떤지 물어보는데 이제는 더 이상 퇴사를 막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어차피 내가 말려도 결국엔 하고 싶은데로 결정할 거잖아.”
“최종 결정은 내가 하겠지만 그래도 너에게 허락이라는 것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저도 압니다. 몇 년 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했는데 생각 없이 퇴사하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계속 말렸습니다. 그 이면에는 둘 중에 남편의 수입이 훨씬 많았기에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두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마이너스로 시작해서 결혼 10년 만에 집 한 채 마련 밖에는 못했지만 말이죠. 오래된 집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저는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돈 걱정 없이 살았으니깐요.
그런 그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니 오만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소지하고 있는 타로 카드를 펼쳐두고 ‘제발, 회사에서 퇴사 결정을 최종적으로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기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3일 정도 지났을까요.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톡, 딩동~ 메시지가 왔습니다.
메시지 확인하기 전 좀 불길한 기운이 있었습니다.
휴대폰 화면에 짧게 보인 메시지를 보니 결국 일이 생겼습니다.
‘나, 퇴사 결정 났어.’
마음이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앞으로 빨리 나의 행보도 결정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메세지는 확인했지만 차마 답장을 못했습니다. 할 말이 없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축하를 해줘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무시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밤 10시, 퇴근 한 남편
“낮에 내가 메시지 보냈는데 왜 답이 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성의 없이 말을 한 것이 아닌가 미안했지만 그때는 다른 행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안정적인 직업과 수입이 있었다면 남편이 퇴사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오늘이라도 남편에게 “자기가 한 결정 존중해. 앞으로 같이 잘 가보자.”라고 말해줘야겠습니다.
이제는 저녁식사를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행보에 빛이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