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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Nov 29. 2022

전업 주부의 직업 고민

경력 단절이 된 전업 주부의 선택지는 어디로 가야 하나?

여성이 회사 퇴사를 하고, 경력 단절이 되는 기간이 보통 3년 정도가 된다. 전업 주부 3년 이상이 되면 경력 단절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같은 직종으로 가려고 해도 회사에서는 채용을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전문직종의 일을 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경력자이지만 경력자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일의 감각을 잃어버리기 때문일 테다.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의 손에서 점점 벗어나게 되는데, 보통 초등학생 2~3학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바로 회사에 복직을 하지 않았다면 경력 단절이 8년 가까이 되기도 한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하원 시간이 점심을 먹고 난 후로 알고 있다. 일을 하다가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다시 일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계속 일을 한 엄마들은 그 나름의 힘듦이 있겠지만 그 시간들을 전업주부로 살았던 엄마들도 나름의 힘듦과 고민들이 많다.


나도 쌍둥이를 임신을 하고 출산 후 육아를 하고 있고, 경력 단절이 된 지 5~6년 정도 되고 나니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생각을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일단 다음을 위하여 조금씩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것이 바로 직업으로 연결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시 취준생이 된 거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경력 단절이 된 여성들이 많이 가게 되는 직업이 안내원, 마트 직원, 보험설계사 등이다. 이쪽으로 일을 하는 게 남편이 적극 추천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모두가 비정규직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일을 하게 되는 경우 등이 많기에 그렇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그런 일을 할 바엔 전업주부로 있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직업에 대한 편견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을 돌보면서 집에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이 마음을 주변 학부모들을 만나 차 한잔과 함께 수다로 매일을 지낼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나를 위해서라도 일을 하는 게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크면 엄마가 집에 있는 것보다 일을 하고 있는 게 더 좋아한다고도 하더라.


며칠 전 쌍둥이들의 2023년에 입학할 유치원 고민을 하면서 같은 반 친구 엄마에게 조언을 얻기도 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일자리보다 아이를 케어할 수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선택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혹시 일을 할 생각이 있으면 이번에 신규 직원 모집을 하니 한 번 들어보지 않겠냐고 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덥석 약속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종의 직업 설명회를 했다.

원래 설명회는 다른 날이었는데 주 3일은 오전 시간에 둥이들 언어치료 수업을 가야 해서 일부러 시간을 조정해 주었다. 처음엔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1인에게도 설명을 해준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지난주 금요일 오전에 약 1시간가량 설명을 듣고 선물도 챙겨줘서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받아 왔었다. 회사 쪽에서는 부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왠지 받으면 안 될 것을 받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극구 괜찮다고 하기에 그런가 보다 하며 안심을 했다.

처음엔 지점장에게 교육 아닌 교육을 들었고, 또 다른 매니저와의 점심 식사를 하자고 해서 같이 먹게 되었다. 어쩌다 교육 담당자와 만남이 이루어졌다.

자신들의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서 사업 운영을 변경을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보험설계사라고 하면 신규 계약을 많이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그렇게 했지만 100세 시대를 가고 있는 지금은 신규 고객보다는 기존 고객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자라고 말이죠.

11월 말부터 자격증 공부를 시작으로 만약 자격증을 취득하면 소정의 금액을 지급해주고, 1차 교육을 시작으로 2차 교육, 3차 교육까지 마무리를 하면 꽤 돈을 지급해준다고 했다. 내가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조금 투자하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의 허락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보험설계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지인이 보험설계사여서 실적을 위해 보험을 한 두 개 들어주기도 했었다. 꽤 오랫동안 그런 방식으로 운영을 했기에 사람들에게 보험설계사는 말 그래도 민폐 직업이기까지 했다. 지금도 그런 이미지가 있다. 설상 현재는 그렇게 운영을 하지 않는다 하여도 어쨌든 실적을 내야 하는 직업이기에 보험 판매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 나도 친인척이 보험설계사 직업으로 보험을 몇 개 들어주기도 했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남편의 반대가 있을 거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이런 일이 있었고, 이렇게 운영을 한다고 하니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대답은 당연히 NO! 였다.

"자격증 공부도 공짜로 할 수 있고, 교육을 이수하면 돈도 준대."

"너는 그걸 믿어?"

"그쪽 회사 지점장이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믿어야지."

"일도 하지 않고, 교육만 했는데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돼.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겠냐? 회사에서 미쳤다고 쌩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아. 분명 투자한다고 했지만 그냥 주는 돈이 아니야. 왜 일을 하려고 해? 지금 돈이 필요해?"

"아니,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일을 시작해야지. 계속 애들 한테만 매여 있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도 경력 단절되었는데...."

"보험 일은 하지 마. 절대 안 돼."

"지금 현재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유일하게 여기가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대."

"그렇다 하더라도 안돼. 일을 하려면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


도대체 제대로 된 일이 무엇일까요?

남편이 생각하는 일은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경력 단절이 된 여성들이 그쪽으로 다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경력 단절이 된 전업주부의 선택지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요?

남편의 강력한 반대로 보험 쪽으로는 가지 못할 것 같고, 다른 선택지를 다시 찾아봐야겠다.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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