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는 그저 소수에 불과했다
소수자라고 하면 적은 수의 사람으로 인종, 종교, 언어 상 구별되는 특징 또는 전통을 공유하는 소수 집단입니다. 예를 들어 다문화 가족, 외국인,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이 그렇습니다.
문화나 신체적 차이, 가치관 때문에 사회의 주류문화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죠. 원어로는 '마이너리티(minority)'입니다.
쌍둥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 임신으로 쌍둥이가 탄생하는 것은 소수이죠. 현대에서는 늦은 결혼으로 인하여 임신하는 여성의 나이가 높아지고 있고, 사회생활로 각종 스트레스 때문에 난임인 부부들이 많아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 임신의 확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태아보다는 그 수가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쌍둥이, 쌍둥이 엄마들은 소수 집단인 것입니다.
쌍둥이 임신을 한 임산부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카페도 별로 없고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기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병원에서도 쌍둥이 임산부라고 하면 수군대기 일쑤입니다. 그저 신기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기분이 좋을 수가 있겠습니까.
출산 후 조리원을 선택할 때도 쌍둥이는 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대부분 조리원에서는 쌍둥이를 한 팀만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빨리 계약을 하는 게 상책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동네 산책을 나가면 너도 나도
"어머! 쌍둥이 인가 봐요." 이 말을 수십 번 듣기도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이란성에 성별도 남녀 쌍둥이이기에 더욱 신기한 마음으로 말을 건넵니다.
며칠 전 아이들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으로 집 근처 어린이집 한 곳에 상담을 받으러 아이들과 함께 방문을 했었습니다. 상담이 거의 끝날 무렵 한 아이가 하원을 위해 보호자가 왔었는데 우리를 본 후 그곳에 다니는 엄마들의 단체톡에 쌍둥이 아이와 엄마를 보았다고 했답니다. 나로 인해 쌍둥이를 낳은 지인이 전해준 말이었습니다. 지인은 일을 해야 해서 나보다도 먼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입소를 시켰는데 알고 보니 내가 상담을 보러 간 곳이었던 것입니다.
지인 왈, "언니, OO어린이집 갔다 왔어요?"
"응, 어떻게 알아?"
"어떤 엄마가 언니를 봤대요. 그곳 엄마들이 벌써 알아요."
" 난 여기에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데, 내가 그 무리의 말에 오르내렸다고?"
"네, 쌍둥이는 별로 없으니까 입소문이 나네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안면부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쌍둥이가 극히 드문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신기한 것일까요? 내가 알기에는 연년생의 아이를 둔 엄마는 쌍둥이 못지않게 힘든 육아를 겪고 있고 쌍둥이처럼 보이기도 한다던데. 이런 아이 둘을 둔 엄마와 쌍둥이로 아이가 둘인 엄마가 뭐가 다르단 걸까요.
본의 아니게 소수 집단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소수 집단이 나쁜 것도 아닌데 무언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의 섣부른 판단일까요. 이제 시작인데 시작 단계에서부터 힘들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지인이 요즘은 다문화 가족들이 많이 늘어 학교에서도 외국인 자녀들의 숫자가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와 달라.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아.”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만의 잣대와 편견으로 먼저 선을 긋고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그 외국인 엄마는 처음부터 다른 엄마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은 걸까요? 아닐 겁니다. 나름의 노력으로 시도를 해봤을 것이고 다른 이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였을 거라는 거죠.
상황은 달라도 주류가 아니 비주류에 속한다는 것, 같은 의미로 느껴집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로 입을 터는 것은 정말 궁금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혹여 자신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을까 노파심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어떤 의미의 노파심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쌍둥이 엄마이지만
그냥 보통 엄마입니다.
쌍둥이를 가진 엄마도 보통의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단태아보다 조산율이 높아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힘겹게 낳았고, 한꺼번에 두 사람을 키워내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두 명 가진 엄마들처럼 힘겹게 육아를 하고 있는 보통의 엄마일 뿐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어떤 아이는 평범하고 어떤 아이는 특별함으로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를 키우는 여느 보통의 엄마들처럼 생각해 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