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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Jan 10. 2021

남편이 꽃 사진을 절대 찍지 말라고 했다

나이 듦에 대해서

김창옥 강사님의 꽃 사진을 본 후 생각난 것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언제쯤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작년 늦봄에서 여름 사이였던 것 같다. 덥지도 않고 날씨도 좋았던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동네 산책을 했었다.

집을 나서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햇볕과 바람을 느끼며 주변의 소음 소리와 함께 아이들에게 작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며 다녔습니다. 남편이 유모차를 끄는데 발걸음이 빨라 중간중간 뛰다시피 해야 하지만 가끔씩 하는 산책이 기분 전환이 된다.

이때만 해도 아이들이 이제 걸음마를 떼려고 했던 때라 혼자 어디를 갈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니었다. 지금도 그때와 별반 차이는 없다. 하지만 이 때는 엄마로서 첫발을 겨우 떼서 힘이 부칠 때였다. 역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말이죠.

한 번씩 산책으로 숨 한번 깊이 쉬었더랬다. 그렇게 즐겁게 산책하면서 길가에 예쁘게 피어있던 꽃 한 송이를 보고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꽃 사진 찍지 마.”

“왜? 그냥 한번 찍는 건데.”

“사진 찍는 순간부터 나이 들었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러니 찍지 마.”


이상한 논리이다. 단지 꽃 사진 찍는다고 나이가 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젊었을 때는 관심 가는 일들이 많아서 일상 속 작은 꽃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주변을 볼 수 있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젊었을 때와 큰 차이는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에 전전긍긍하다 보면 놓치는 순간들도 많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이치를 모두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전전긍긍하며 발을 동동 구르지 않는다. 그래야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다른 것에 갈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현재에 안주하기만 하고 창조적인 일은 젊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도 그 자체로 인정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또한 있다.

우리들의 부모님을 생각해보면 여행을 가거나 동네 마실을 가면 꼭 꽃과 함께 사진을 찍곤 한다. 그것 때문에 나이 들면 꽃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작은 것에 눈길이 닿는 그 마음들이 좋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꽃 사진을 찍을 것이다. 싫어하는 남편에게는 비밀로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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