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표현은 확실히, 적극적인 태도와 자신감 가지기
나는 싸가지 없는 후배였다. 20년이 훌쩍 지나서 생각을 해보니 고분고분한 후배는 아니었다.
나는 삼 남매 중 첫째이다. 부모님들은 학창 시절 억압하지 않고 자유롭게 키우셨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아이들을 꼼꼼히 돌볼 여력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자립심 있게 키우셨다. 첫째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조곤히 할 말은 하던 사람이었다.
이 성격이 학교 다닐 때는 장점이었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여자들만 있는 회계사무실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보통 작은 사무실이기 때문에 사무실 청소를 직원들이 하는 곳이 많다. 내가 다녔던 곳도 그러했다. 팀은 여러 개였지만 건물에 청소하는 직원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사무실 청소, 한 달에 한 번은 계단 청소까지도 했었다. 건물의 모든 층 계단이 아닌 입구에서 사무실까지 계단을 청소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고 사무장, 회계사의 책상을 닦았다. 여직원의 책상은 각자 알아서였다. 출근 시간은 9시이다.
여느 때와 똑같은 날들 중 하루였다.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사무실 선배가 나를 호출했다.
느닷없이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 출근하는 거야." 선배의 말에 나의 대답은 "저 늦지 않았어요. 출근 시간 9시까지이잖아요." 이러했다.
선배: 9시 출근이라고 딱 맞춰서 오잖니, 적어도 30분 전에는 와야지.
나: 선배들도 일찍 출근하지 않잖아요. 왜 제가 30분 일찍 출근해야 해요. 누가 저 늦게 출근한다고 말했나요? 무슨 이유로 제가 선배에게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선배: 네가 사무실에서 막내잖아. 그럼 일찍 출근해서 책상을 닦고 해야지. 너는 그런 성의가 없어?
나: 사무실 청소는 다 같이 일주일에 한 번 하잖아요. 사무실 책상은 사무장님과 회계사님 것만 하는 걸로 아는데요. 모두 지금까지 제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뭐가 문제라는 거죠?
선배: 아니, 선배들 책상도 닦아야지. 넌 왜 눈치가 없어.
나: 선배, 직원들 책상은 각자 닦는 걸로 되어있는데 왜 제가 해야 하는 거예요. 다른 선배들 책상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선배 책상을 닦아달라는 걸로 들리는데 제가 맞게 이해했나요?
선배: 그래, 사무장님 책상뿐만 아니라 내 책상도 닦아야지.
잠시 숨을 고르고, 나는 조용히 말을 했다. "그건 못하겠어요. 선배만 특별히 책상을 닦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데로 자신의 책상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걸로 해요. 선배가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맡은 일이 있으니 그건 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 지각 한 번도 안 했으니 출근 시간에 대해서 사무장님이 거슬려서 선배에게 말했다면 몰라도 그런 것이 아니라면 못 들은 걸로 할게요."
그냥 넘어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무실 회의 시간에 나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선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네네 거리며 가만히 있기도 싫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의 부당함을 이야기했다. 다툼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선배가 약간 당황하는 것 같았고, 분위기는 안 좋아졌다.
일이 있고 난 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선배는 뒤에서 나를 험담하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싸가지 없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사무실에서 막내라는 위치였기에 한동안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점심 식사 혼자 하고, 다른 선배들이 지나가면서 "선배에게 대들었다며,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말했다. 처음엔 참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괴롭힘에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또다시 지나가면서 중얼거리는 소리에 그 선배에게 다가갔다.
"선배, 제가 뭐 선배에게 잘못한 거 있어요? 없으면 아무 말 말아주세요. 그저 누군가의 험담만 듣고 저에게 그러는 거라면 직접 말씀해주세요. 어떤 것으로 기분이 나빴는지. 뒤에서 쑥덕거리지 말고 앞에서 말해주세요."
선배는 당황했을 것이다. 나이도 한참 어린 후배가 눈 똑바로 뜨고 따박따박 반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난 후 뒤에서 하는 말은 없어졌다. 아마도 선배들끼리 다과 자리에서 나를 잘근잘근 씹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귀에 더 이상 다른 말들이 들리지 않아서 좋았다.
몇 년이 지나고 선배에게 그때의 일을 듣게 되었다. 나름의 막내 길들이기였단다. 그렇게 하고 막내가 버티면 오래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단다. 이유를 듣고 나서도 어이가 없었다.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은 일종의 폭력의 하나이지 않나? 나의 막내 시절을 떠올리며 후배들에게 비슷한 행동이라도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경력자가 되어서도 나는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바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속으로 끙끙거리고 있어 보았자 해결되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상대가 누구이든 직접 이야기를 해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회사의 대표자도 예외 없다. 내가 큰 대기업을 다니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회사는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처음이니깐 미성숙한 상태이니깐 할 말을 못 하는 경우들이 많다. 때론 싫은 소리를 들을지라도 해야 하는 말이라면 주저 없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일을 못하는데 말만 많으면 뭐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부당한 일들을 당하는 것을 줄여주는 순기능도 있다. 일이야 열심히 하고, 능력을 쌓으면 능숙해지지만 할 말을 못 했을 경우 일이 더 늘어난다거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니 참지만 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권한다. 깨어있는 선배, 회사 상사라면 충분히 개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