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회사에서만 하세요

개인 시간 확보하기

by 청아

내가 일했던 회사는 특성상 야근이 많고, 세금 신고 기간에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한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에는 아이 때문에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보통 한 직원이 40개의 회사의 장부를 담당한다. 경력이 많을수록 개수가 많거나 회사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결혼하기 전에 일을 할 때는 자잘한 거래처부터 굵직한 거래처까지 70개의 장부를 담당했었고,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에는 세금 신고만 해주는 거래처까지 합치면 100개 정도를 담당했다. 너무 일을 많이 해서 결혼 후에는 이쪽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다.


세무 회계 부동산 고용보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세금을 내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거래처에서 수시로 전화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거래처 사장님들은 자신의 술자리에서 갑자기 생각이 났다며 전화를 해서 궁금한 사항들을 묻기도 한다. 거래처 담당자에게 잘해줘야 우리도 먹고살 수 있기에 성심 성의껏 대한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전화를 받아내기도 했었다. 아마 지금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한참 일을 할 때 2010년까지는 개인적인 시간이 별로 없었다. 퇴근을 한 후에도 거래처 담당자나 사장님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세금 신고 기간이 되면 일적인 사람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람(일가친척부터 친구들)에게 문의 전화를 종종 받기도 한다. 처음엔 설명을 해주다 안되면 서류들을 받아 대신 국세청이나 세무서에 신고를 해주기도 했다. 자주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114 상담원들처럼 전화 노이로제에 걸리기도 한다. 나는 언제 온전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월급도 많지 않은데 개인적인 시간도 별로 없는 현실에 계속 이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회계사무실의 대표자 회계사님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한 때는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던 시기들이 있었다. 열정 페이의 노예이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다. 경력이 쌓이고, 경험치도 높아진 후 나는 과감히 퇴근 후에 걸려오는 업무적인 전화는 절대 받지 않았다. 처음엔 사무장님에게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24시간을 회사일로 보낼 수는 없었다. 회사가 내 것도 아니고 월급도 쥐꼬리 만한데 자유도 없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급한 일이 아닌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세금 신고 기간에는 마감일이 있기에 그때까지는 예외이다.

단 회사에서 하루의 해야 될 업무는 반드시 처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당당히 그렇게 행동을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직원들과의 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권장을 했다. 급한 일이 아닌 이상 직원이 퇴근을 하면 이후에는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을 말이다. 처음엔 직장 상사들이 불편해했다. 거래처에서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솔직히 퇴근을 하면 실제적으로 업무를 볼 수 없다. 모든 업무는 컴퓨터로 하고, 자료는 사무실에 있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전화를 해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당장 내가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테지.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입장에 있으면 울고 싶어 진다. 퇴근 후 친구와 한참 수다를 떨다 업무 전화를 받으면 놀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고, 본의 아니게 친구를 앞에 두고 일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싫은 것이다.


처음은 직장 상사부터 시작해서 거래처에게까지 직원이 퇴근을 하면 개인적으로 전화하지 말 것. 어차피 다음날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를 했다. 그렇게 나는 퇴근 후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마트 폰이 생겨나면서 톡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들도 많았다. 당장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보내줄 수 있지만 늦은 시간, 주말에는 연락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드디어 나는 업무 전화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종종 업무적인 전화를 개인 전화로 받는 직장 동료, 후배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한번 허용을 하면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프리랜서 같이 장소에 엇매이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연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허용이 될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직장에서의 일은 직장에 두고 오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일은 회사에서 열정적으로 하고, 퇴근을 하면 회사와 나를 분리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도 직장 후배가 퇴근을 하면 절대 전화를 하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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